"끔찍하게 추웠다. 어머니 손을 잡고 하염없이 남쪽으로 걷고, 또 걸었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추위를 떠올리면 뼈마디가 쑤신다." 1951년 1·4후퇴를 경험한 분들이 가끔씩 들려주는 얘기다. 그해 10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로 서울 지역은 영하 20℃를 오르내렸고 눈까지 1m 정도 쌓였으니 피란민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한강이 꽁꽁 얼어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었다는 점이다. 6·25 발발 당시 한강 다리가 끊겨 피란을 가지 못하고 발이 묶였던 것에 비하면 천운이 따랐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30, 40년 전만 해도 서울 이남 지역에도 강이 두껍게 얼어붙곤 했는데, 요즘은 온난화로 인해 사라진 풍경이다. 그렇지만,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강과 호수를 교통로로 활용하는 나라가 있다. '호수와 숲의 나라'로 불리는 핀란드의 북쪽에는 호수와 늪지대가 많다. 겨울이 되면 호수와 늪지대를 일직선으로 가로질러 달리는 '겨울 도로'가 개통된다. 핀란드만이나 발트해에 떠 있는 외딴섬으로 노선버스가 운행된다고 하니 역발상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 가운데 가장 추운 곳은 시베리아의 야쿠츠크 지방이다. 겨울에 영하 40~50도까지 내려가는데, 온도계 수은이 얼어붙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다. '콧물이 얼고 콧구멍에 얼음 막이 생긴다. 숨을 쉬면 내쉰 숨이 공기 중에서 얼어붙고, 얼어붙은 입김은 까슬까슬한 재처럼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원주민들은 이를 낭만적으로 '별의 속삭임'이라고 부른다.'(세계지도의 비밀·좋은생각 펴냄) 이렇게 추운데도,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로 21만7천여 명이 거주한다. 국립대학교, 국제공항 등이 있는 발전하는 도시다. 옛날에는 유형지'모피 산지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다이아몬드와 희귀 광물의 보고로 유명해졌다.
추운 나라에 사는 러시아인은 겨울이 왔다고 움츠리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겨울을 '나쁜 겨울', 매서운 겨울을 '좋은 겨울'이라고 여긴다. 혹독한 자연환경을 원망하기보다는,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려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이틀 전부터 강추위가 찾아왔다. 모두 몸을 감싸고 종종걸음을 치지만, 군인'경찰'청소원 등 야외 근무자의 노고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올해 마지막 추위라고 하니 가슴을 펴고 '좋은 겨울'을 즐긴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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