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값 급등락에 관리자 모호
화폐로서 가치 믿음 형성되지 못해
국경 없는 디지털세계 결제 통용 땐
기축통화국인 美 가만있지 않을 것
시카고학파의 태두. 밀턴 프리드먼이 1992년에 쓴 '돈의 해악'에는 돌을 돈으로 사용한 얩(Yap)섬 이야기가 나온다. 얩섬은 미크로네시아, 캐롤라인 군도 가운데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윌리엄 헨리 퍼니스3세라는 미국의 인류학자가 실제로 1899년에 얩섬에서 몇 달 거주했다. 그에 따르면 섬 주민은 5천 명에서 6천 명 정도였는데, '라이'(rai)라고 불리는 바퀴모양의 돌을 돈으로 사용했다. 라이는 주변에 널려 있는 돌은 아니었고, 석회암으로 가공된 돌 바퀴 모양이었다.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과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화폐박물관을 방문하면 지금도 볼 수 있다. 얩섬 주민들은 이 돌 라이를 돈으로 사용했고, 무거우면 거래가 이루어져도 있던 자리에 그냥 두고 소유권만 바꾸어 거래를 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돌을 돈으로 쓰다니 터무니없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쓰고 있는 지폐도 숫자가 인쇄된 작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 우리는 통장에 월급이나 입금액 숫자가 길게 찍히면 좋아한다. 지폐라는 종이쪽지나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통장입금액에 우리들이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것을 얩섬 사람들이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돈은 우리가 만져서 느낄 수 있는 실체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돈은 '믿음'이기 때문이다. 실체가 있는 돈도 정부가 처음 발행할 때는 그 믿음을 형성하기 위해 초기에는 항상 일정한 양의 금으로 바꿔주었고, 그 믿음이 형성된 후에는 금본위제도를 폐기하였다.
2009년 블록체인기술에 의해 비트코인이 출현하면서,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많은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이러한 가상화폐가 일상거래에서 돈으로 쓰여질 수 있을까? 가상화폐든, 암호화폐든 그 정의가 어떻든지 간에 거래 상대방이 그것으로 결제가 이루어진다는 보편적 믿음이 있으면 화폐, 즉 돈으로 쓰이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화폐가 일상거래에서 돈으로 쓰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다.
우선, 가치의 안정성 문제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급등락 문제이다. 가격변화가 심하면 대가를 지불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불안하다. 즉, 가치에 대한 믿음이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1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역사에 비추어 보면,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점은 극복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디지털세계에서 만들어지고 발행자와 관리자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불법자금 등 검은돈들이 세탁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특정한 나라나 기업, 사람들이 통제할 가능성도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그 결제에 있어서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관도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이 된다.
지폐와 주화는 정부가 발행하고 관리한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그 책임과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통화정책의 근간이 되는 유동성 조절이나 금리정책이 이에 기반한다. 하지만 디지털세계는 국경이 없다. 가상화폐가 국내시장에서 널리 돈으로 쓰인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설 자리는 없게 된다. 이를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국제무역거래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이 된다면, 이러한 일을 가장 참을 수 없는 나라는 미국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달러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것은 미 달러화가 국제무역거래에서 기축통화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가 국제거래의 결제수단이 된다면 미국이 가만있을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보면, 가상화폐가 돈으로 쓰이기에는 쉽지 않은 난관들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세계 속에서 우리가 그동안 철석같이 믿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들이 붕괴되고, 또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우리 모두의 마음에 달려 있다. 미래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널리 돈으로 쓰여지는 세상이 온다면, 과거에는 모든 나라들이 돈을 발행했다는 '믿기 힘든' 옛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명재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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