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저산소성 뇌병증 김지원 양

입력 2018-01-23 00:05:00

의료기기 가득 찬 방, 숨소리도 없는 아이

출산과정에서 발생한
출산과정에서 발생한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투병 중인 김지원(1) 양을 어머니 김주희(28) 씨가 품에 안고 다독이고 있다. 지원 양은 폐기능이 부진하고 발작을 일으킬 경우 호흡을 하지 않아 지난 12월부터 기도에 관을 삽입해 산소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생후 6개월 된 지원(가명)이의 방은 병원 중환자실과 비슷했다. 모빌이나 장난감 대신 인공호흡기와 산소포화도 측정기 같은 갖가지 의료기기가 방을 채우고 있었다. 지원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의료기기가 부착돼 있었다. 기도를 절개한 목에는 인공호흡기가, 코에는 분유를 공급하는 관이 삽입돼 있다. 발바닥에는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달려 있었다. 지원이는 가래가 올라오면 몸을 뒤로 젖히고 얼굴을 찡그렸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따금 인공호흡기에서 바람이 새는 소리가 날 뿐, 지원이의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난산으로 온몸에 후유증 안고 태어난 아이

엄마 배 속에서 지원이는 건강한 아이였다. 출산 직전까지도 지원이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난산으로 산도에 갇히면서 저산소증을 겪었고,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 아버지 김정곤(52) 씨는 "분만실로 들어간 아내가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고, 의료진이 아기가 저산소증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면서 "구급차로 급하게 대형병원으로 옮긴 후에야 여러 문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원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저산소증 여파로 폐기능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처음에는 자가호흡을 하던 아이가 폐기능이 점점 떨어지면서 지금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뇌전증도 발병해 잦은 경련과 발작을 일으켰다. 시력도 희미하게 사물의 윤곽만 보이는 수준이어서 앞으로 수술이 필요하다.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도 갖고 태어났다.

지원이는 당장 큰 수술을 받을 체력이 부족해 작은 수술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달쯤 다시 입원해 음식물을 위장으로 바로 넣어줄 수 있는 관을 삽입한다. 지원이의 상태도 불안하지만 치료비 마련도 걱정이다. 태어난 후 6개월 동안 들어간 치료비는 3천만원에 이르고, 여러 차례의 수술과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얼마나 치료비가 더 들어갈지 짐작도 어렵다. 지원이 부모는 당장 전세금 6천만원을 빼내 치료비를 충당할 생각이다.

◆한시도 눈 못 떼지만 불안정한 수입으로 막막

지원이는 엄마 김주희(28) 씨가 집에서 혼자 돌보고 있다. 병원에서는 입원치료를 권했지만 방학을 맞은 지원이의 오빠(10)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다. 엄마는 6개월째 잠시도 지원이의 곁을 떠나지 않고 간병을 하고 있다. 5분이 멀다 하고 지원이가 고통스러워할 때면 한참을 품에 안고 다독인다. 또 30분마다 한 번씩 지원이의 기도 삽입관 주변의 가래를 빼줘야 한다. 이따금 지원이가 경련을 일으키며 구토를 하면 토사물을 바로 닦아내야 한다. 토사물이 호흡기 삽입부 주변에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탓이다. 열 살 난 오빠도 엄마가 급한 용변으로 자리를 비우면 동생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보다가 엄마를 부른다.

낮보다 밤이 더 바쁘다. 뇌전증에 따른 발작은 밤에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경련이 가라앉지 않으면 살고 있는 김천에서 대구의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달려가야 한다. 김 씨는 "지원이가 경련을 할 때나 깊은 잠에 빠지면 스스로 호흡을 안 한다.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옆에서 선잠에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아버지 김 씨도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녹록지 않다. 요즘은 수도권의 건설현장에서 옛 직장동료를 도와 일을 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도 없이 일하면 월 200만원까지 벌 수 있지만 일감이 늘 넉넉한 게 아니다. 홀로 육아와 간병을 도맡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면 김천에서 일용직이라도 구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김 씨는 "아내가 젊고, 큰아이도 순산해서 별걱정이 없었는데 지금은 보험 하나 들어놓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며 "지원이가 장애판정을 받고 나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알아봐야 할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지원이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버텨낼 생각이다. "첫째가 외로워 보여 둘째를 낳기로 하고 지원이를 가졌을 때 정말 기뻤어요. 지원이가 잠시 증상이 호전돼 제가 안고 잘 때는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바라는 건 하나뿐입니다. 지원이가 치료를 잘 견뎌내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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