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최저임금과 비트코인

입력 2018-01-23 00:05:00 수정 2018-10-17 15:42:53

1894년 뉴질랜드의 해운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과 낮은 임금을 이유로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는데, 이를 위한 해결책이 최저임금 제도의 시초라 한다. 영국에서는 '인클로저 운동'으로 농토를 잃고 도시의 임금 노동자가 된 농민층이 훗날 산업혁명의 크나큰 동력이 되었지만, 이후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 내몰린 그들에게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한 줄기 빛이었다.

이렇듯 최저임금의 역사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편의점 직원의 바람과 편의점 업주가 생각하는 최저임금은 다를 것이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임금 소득을 높여 내수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는 부담을 주고 창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특정 정책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요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연방준비제도가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는 양적 완화를 시작한 그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는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기존의 화폐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비트코인을 개발했다.

현재 영국은 최초로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했고, 일본은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승인했다. 미국도 가상화폐에 대해 우호적이나 중국, 인도네시아 등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소를 금지시켰다.

우리나라는 가상화폐를 투기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과 자본주의 시스템하에 있는 시장에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한 지방법원의 1심 판결은 "비트코인은 전자파일에 불과하고 객관적 기준가치를 산정할 수 없어, 물건에 해당되지 않아 몰수할 수 없으나 다만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추징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최저임금 문제와 가상화폐 열풍은 '신뢰의 문제'일 수 있다. 즉, 화폐가치에 대한 신뢰 하락은 비트코인의 출현을 불러들였고, 노동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은 최저임금 논란을 불러들였다. 규제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은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20만 명 이상의 청와대 민원 청원을 불러들였다.

최저임금 7천530원과 비트코인 역대 최고가 2천660만원이라는 금액이 우리들의 '심리적 양극화'를 더욱더 심화시키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려 표현하고 싶다. "새로운 진실은 처음에는 조롱당하고, 다음에는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며, 나중에는 마치 처음부터 자명했던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실인지를 아무도 모를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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