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블랙리스트 없다고 했지만…

입력 2018-01-22 18:27:02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 발표

지난 1년간 사법부를 둘러싼 안팎의 갈등을 키우는 의혹의 핵심이었던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판사 사회의 동향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법원행정처의 문건이 다수 발견되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개선 및 재발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새로운 과제가 제시됐다.

지난해 11월 20일 구성된 후 64일간 조사를 벌여온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2일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블랙리스트가 발견되지 않자 법원 구성원 사이에서는 일단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자칫 끝 모를 혼란으로 몰고 갈 사안이 일단락되는 수순으로 접어들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추가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이와 별개로 앞으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당초 추진하려던 사법제도 개혁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나온다.

추가조사를 둘러싸고 일각에선 각종 의혹만 난무한 채 블랙리스트의 실체라고 볼 단서들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애초부터 무리한 조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면서 전'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냈는데도, 무리하게 추진된 추가조사였기 때문에 추가조사를 요구한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이를 받아들인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다소 멋쩍은 결과 아니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추가조사위의 조사가 더욱 명확한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법원 안팎의 분위기에 걸맞게 일정 부분 문제점을 찾아내 지적한 부분은 소기의 성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추가조사위는 블랙리스트 대신 "인사나 감찰 부서에 속하지 않는 사법행정 담당자들이 법관의 동향이나 성향 등을 파악해 작성한 문건이 다수 파악됐다"고 밝혀 기존 사법부의 관행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정 판사들의 성향을 정리한 후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등 불이익을 준 정도는 아니지만,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법원의 판결 경향을 비판한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문건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추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행정처의 동향파악 정보수집은 여러 방면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일선 판사들의 회의체인 판사회의 및 사법행정위원회에 대한 견제와 개입이 시도됐다. 2016년 출범한 사법행정위원회의 개선을 요구하는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해 핵심그룹이 다수 판사의 호응을 얻지 못하도록 고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문건이 2016년 2월 행정처 기조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출과 관련해서는 특정 판사가 선출될 경우 문제점을 검토하고, 그 대응전략으로 다른 판사의 선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문건도 발견됐다. 2016년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상 후보자들을 정치 성향으로 분류한 문건도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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