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너인가/ 네가 이 나인가.'
스님 백용성이 자신을 보며 남긴 글이다. 1919년 3'1만세운동 당시 만해 한용운과 함께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서명한 까닭에 1년 6개월 옥살이를 마치고 1921년 출옥한 스님은 새로운 불교운동을 위해 대각교를 창립했다. 그리고 화공이 그린 진영(眞影)에 쓴 '물과 물, 산과 산은 부처님 모습이요'로 시작하는 의미 있는 시 한 수는 읽을수록 뜻이 묘한 듯하다.
1864년 태어나 1879년 출가, 1939년 입적할 때까지 경북 의성 고운사 등 나라 안팎에서 수행하며 불교와 참선의 대중화, 국민계몽운동 활동을 펼쳤던 스님은 여러 유훈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유훈 10사목'에는 우리 옛 나라에 불교가 처음 전해진 곳, 즉 4대 초전지(初傳地)를 잘 가꾸라는 내용이 있다. 가야와 고구려, 백제, 신라 불교의 초전 법륜 성지 보존이다.
스님의 유훈에 따라 뒷날 불교도들이 보존에 나선 곳은 경남 창원의 가야 불교 초전지인 옛 가야정사를 비롯해 고구려 불교 초전지로 알려진 중국 길림성 집안 성문사지와 이불란사 폐허 성지, 백제 불교 초전지인 서울 서초동 우면산 기슭, 그리고 경북 구미 선산 도개면 부자인 모례(毛禮)의 옛집 터이다. 이들 4곳의 초전 성지에는 불교를 처음 전한 옛 스님들의 이야기가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에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특히 신라 땅 도개(道開)는 '불도를 처음 연 곳'이라는 말뜻에 걸맞게 고구려 아도 스님으로부터 포교를 받은 모례의 누이 사씨(史氏)가 신라의 첫 비구니 스님이 된 터여서 더욱 뜻 깊고 남다른 곳이다. 게다가 아도 스님이 지은 신라 첫 가람인 도리사도 가까이 있다. 멀리 금오산 정상에는 옆으로 누운 부처님 형상의 신비스러운 와불상(臥佛像)까지 자리하고 있다. 구미는 불연(佛緣)이 어느 곳보다 강한 지역인 셈이다.
바로 이런 신라 불교 초전지가 사람의 구미를 당기는 명소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2개월 동안에만도 5천 명이 넘는 방문객이 들를 정도다. 국비를 포함해 모두 200억원을 들여 지난 2013년부터 3년 7개월에 걸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신라 천년 불교의 첫 전파지를 알리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1천600년 전 아도 스님이 전한 불교 향기와 백용성 독립운동가 스님의 유훈을 느끼며 체화하고, 부처님의 자비와 가피를 온누리에 퍼뜨리는 초전지가 되면 금상첨화이겠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60%선 붕괴…20대 부정 평가 높아
진성준 제명 국회청원 등장…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은 벌써 국회행
김건희특검,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완강 거부"
농식품장관 "쌀·소고기 추가 개방 없어…발표한 내용 그대로"
진성준 "주식시장 안무너진다"…'대주주 기준' 재검토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