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찬 어느 날, 우리는 갑작스럽게 헤어졌습니다. 갑작스러운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늘 낯선 현실을 마주했으니까요. 인간과 인간이 만나고 멀어진다는 건 선택의 결과이니까요. 그저 그렇게, 늘 그러했듯이 오늘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빈자리를 마주할 때에 북받쳐 오르는 연민과 동정은 참을 수가 없더군요. 이 문제는 결코 나에게서 끝나지만은 않았습니다. 더욱 뼈아픈 것은, 누군가의 눈물을 막연히 지켜봐야만 할 때가 있더군요.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눈을 봐주며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천사여, 고향을 보라'를 썼던 토마스 울프를 있게 한 위대한 편집자 맥스 퍼킨스가 된 기분입니다. 문학을 향한 집요한 사랑,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열정, 그 밖에 예술을 위해서 자기 존재를 쏟아부었던 그 사람을 있게 한 편집자 말입니다. 토마스 울프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은 수많은 단어가 되어 종이 위를 흩날렸지만, 맥스는 빨간 펜 하나만 쥐고 과감히 그의 원고를 지워나갔습니다. 무자비할 정도로 문장을 삭제해 나갔던 것이지요. 그의 행동에 분노를 느낀 토마스 울프는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분노했습니다. 당시 맥스는 원고를 집어던진 토마스를 향해 말합니다.
"네가 쓴 수많은 아름다운 글들 속에서 진실로 살아 숨 쉬는 말들은 하나도 찾을 수 없어."
서로를 신뢰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두 사람은 결국 세상에 아름다운 빛 한줄기를 내리쬐게 해줬습니다. 맥스는 작가의 정신과 의식을 누구보다 존경했지만, 냉정한 판단을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래야만 어둠 속에 있는 누군가를 터널 밖으로 인도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지금 그러한 위치에 있습니다. "매일 밤을 새우고 있어. 나의 섣부른 판단으로 너의 글을 변형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야." 그 한마디는 죽어가는 한 사람을 향해 고뇌하고 있었습니다.
예술은 사람과 사랑의 만남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을 기억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행위.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모든 이를 사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면 걸어가야 합니다. 비록 아프고 외로울지라도 가능하다면 견뎌야 합니다. 모두에게 이로운 길이라면 조용히 눈을 뜨고 숨을 골라야 합니다. 사랑의 표현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길가에서 건넨 손이 홀로 남겨질지라도 다시 돌아오리란 믿음을 갖는다면 가능합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과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녀도 여전히 그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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