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둔 공무원 2명, 왜 창고로 발령 냈나

입력 2018-01-18 00:05:00

수성구청 옥상 사무실 마련, 생활복지과 복지관TF 맡겨

대구 수성구청이 퇴직을 앞둔 공무원 2명의 책상을 구청 5층 흡연실 옆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으로 옮겨놔 푸대접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오전 해당 공무원의 사무공간.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수성구청이 퇴직을 앞둔 공무원 2명의 책상을 구청 5층 흡연실 옆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으로 옮겨놔 푸대접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오전 해당 공무원의 사무공간.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수성구청이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들의 자리를 흡연실과 붙은 창고로 옮겨 논란이 일고 있다.

수성구청은 지난 2일 주민센터 동장으로 근무하던 5급 사무관(59)과 다른 주민센터에서 총괄팀장으로 일하던 6급 주무관(58)을 구청 생활복지과로 발령했다. 이들은 구청이 관리하는 5개 복지관을 상시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팀 업무를 맡았다. 최근 지산동의 한 사회복지관 관계자들이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자 경력이 있는 과장급과 팀장급을 선임했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무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청 5층(옥상)에 있는 창고를 사무실로 이용해 '푸대접' 논란이 일고 있다. 평소 직원들이 흡연실로 사용하는 옥상에 사무실을 마련한 게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인 것.

17일 찾은 TF팀 사무실 앞은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지진가속도 계측기 센서'라는 안내판이 붙은 문을 열자 30㎡ 남짓한 사무 공간에 책상 두 개만 있었다. 지난해까지 각종 서류나 사무기기, 지진가속도 계측기를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던 창고를 사무실로 고치다 보니 난방 기구 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구청 안팎에선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주민들과 수시로 마찰을 빚자 좌천성 인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년퇴직이 각각 6개월과 1년이 남은 직원들을 한직으로 보내고자 불필요한 TF팀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사자들은 지인들에게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는 곳으로 발령나 무척 속상하다" "인사가 왜 이렇게 났는지 모르겠다" 등의 하소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수성구청은 좌천성 인사라는 점은 인정했다. 수차례 이어진 교육과 경고에도 동 주민들의 평가가 좋지 않아 조직관리 차원에서 인사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무공간이 열악하다는 지적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현재 생활복지과에 사무 공간이 부족해 임시로 마련한 사무실"이라며 "조만간 적절한 공간을 찾아 업무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수성구청은 이날 오전 취재가 시작되자 그동안 방치했던 흡연실을 모두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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