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로 오는 이유는?' 몹시 아리송하다. 홍 대표가 그렇게 욕을 먹어가면서 꿋꿋하게 대구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만큼이나 그 심중을 헤아리기 어렵다. 대구시민들이 분명하게 싫다는 의사를 표현했는데도, 굳이 강행하려는 의도에 대해 속어로 표현하면 정말 '아리까리'하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당협위원장만 맡겠다고 선언한 대목에 이르면 황당함의 극치다. 정치인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뭐하러 당협위원장을 맡는다는 말인가.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간판만 걸어놓고 놀러다닐 것도 아닐 텐데 도무지 속내를 모르겠다.
두 달 전 홍 대표가 대구행을 밝히면서부터 대구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모두들 '이제 와 대구에서 뭐 하려고?' 하는 반응이었다. 제1야당 대표가 험지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텃밭에 내려와 안락한 생활을 즐기려는 것처럼 보이니 누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마련이다. 지난해 말 한 언론사가 대구시민들에게 홍 대표 거취를 물어보니, 민심이 얼마나 냉소적인지 알 수 있다. 응답자의 13%만 '대구에서 당협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73.8%는 당 대표 역할에 전념하거나 서울지역 재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민들이 홍 대표에 대해 아예 대놓고 '문전축객'(門前逐客)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위에서 떠들고 욕해도 끄떡도 않던 홍 대표가 이 대목에서는 부담을 느꼈던지, 며칠 전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기자간담회 등에서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갖은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대구에서 마지막으로 정치를 하고 싶다' '과거 대구에서 3번이나 출마할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 등등….
그게 효과가 있었던지, 대구의 비판 여론이 다소 누그러진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다, 그렇게 대구행에 목매달며 애원하는 상황에서 더는 막을 수 없지 않나 하는 분위기다. 여기에서 대구사람 특유의 순수성과 천진난만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에 약하고 실리에 밝지 못하니 매사를 냉철하게 살피지 못한다.
그래서, 홍 대표가 왜 대구행을 고집하는지 주변 인사들에게 물었다. 홍 대표는 아무렇게나 말을 내뱉는 정치인이긴 하지만, 교묘하게 의도한 어법을 구사할 때도 많다. 대구행에 관한 그의 어법은 지극히 계산적이다. 그 속내는 이런 것 같다. '대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는 안 나간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 선거에는 출마한다.' 홍 대표의 수차례 설명에도, 이 뒷말은 빠져 있다.
홍 대표가 지난해 19대 대선에서는 탄핵정국에 별다른 준비 없이 나섰다가 실패했지만, 이제부터 대구에서 차분하게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특정 지역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을 잡은 만큼 대구경북을 교두보로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대권을 염두에 둔 마당에 국회의원 자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홍 대표가 그렇게 무리해가며 당협위원장을 맡으려는 이유가 자연스레 설명된다.
홍 대표가 대권을 목표로 계획하고 움직이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홍 대표와 그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이 대구사람을 만만하게 다룰 수 있는 이용 대상쯤으로 여기고 내려온다고 치자. 선례에 비춰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의 정치력이나 이데올로기도 큰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홍 대표의 가벼운 입과 처신은 대구사람을 창피하게 만들지 않을까 정말 걱정스럽다.
유들유들하게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인 농담을 예사로 툭툭 던지는 그 '입'이 문제다. 발언록을 보면 '돼지 발정제'부터 '젠더폭력이 뭐냐?'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봐라'까지 유치찬란하다. 그가 혹시라도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고, 타지에서 대구의 전형적인 '꼰대'로 보지 않을지, 그것이 두렵다. 대권도 좋지만, 그 경망한 입과 처신을 고치기 전에는 대구에 오지 말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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