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회 모임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들이 있다. 포항의 '영일만 친구', 안동의 '안동역에서', 영덕의 '그대 그리고 나' 등이 해당되는데 지역대표 노래는 시민들의 정체성 확립과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지역 홍보와 마케팅 산업에도 큰 기여를 한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대구 노래는 '대구 아리랑'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비 내리는 고모령'과 패티 김이 부른 '능금꽃 피는 고향' 등이 있지만 부산의 '부산 갈매기'나 목포의 '목포의 눈물'처럼 시민들이 확실히 '대구 노래'라고 할 만한 노래는 아직 없다는 게 중론인 거 같다.
서울음악창작소(뮤지스땅스) 소장이자 가수인 최백호는 히트작 '영일만 친구'로 인해 고향을 포항으로 잘못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부산 기장이 고향인 최백호는 '부산에 가면', '청사포' 등 고향을 상징하는 노래를 불렀지만 부산서 뜨지 않는다며 속상해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역대표 노래는 일부러 만들기도 어려우며 반드시 지명이 들어간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므로, 결국 히트를 통한 문화적 공감과 정서적 유대감의 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구음악창작소 명예소장이었던 작곡가 윤상, '사랑 참 어렵다'(이승철)로 유명한 작곡가 홍진영과 각각 대구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들의 얘기는 한결같았다. "지역대표 노래는 결코 일부러 만들 수도, 의도적으로 나올 수도 없다. 그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만날 때 나오는 것이다."
결국 아티스트적인 감성을 줄 수 있는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자연스럽게 뮤지션들이 그 도시에 모여들 수 있는 예술적 유인이 있어야만 지역대표 노래가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수 최백호는 자신의 최고 히트곡으로 '낭만에 대하여'를 꼽는다. 이 노래를 만들 때, 그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져 부산 동래의 허름한 다방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색소폰 연주곡인 '로우라'가 스무 번도 넘게 흘러나와 그것을 계기로 '낭만에 대하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노래 한 곡을 만드는 데 있어, 도시의 문화적 환경과 예술적 모티브는 뮤지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 유입지인 사문진 나루터가 있고, 한국전쟁 중에도 바흐의 음악이 흐르던 감성의 도시인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가 되었다. 이제는 대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노래는 전 세계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등 최고의 스타들이 리메이크한 곡인 '베사메무초'처럼 세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세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다. 감성의 도시, 대구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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