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5>라디오 교통리포터

입력 2018-01-15 00:05:00

"시민들의 아침, 활력소 되고 싶어"

11일 오전 7시 20분쯤 TBN 대구교통방송 사옥 3층 방송실에서 박지형 리포터가
11일 오전 7시 20분쯤 TBN 대구교통방송 사옥 3층 방송실에서 박지형 리포터가 '30분 교통방송' 준비를 하며 모니터를 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1일 오전 6시 30분 TBN 대구교통방송 1부 조정실 옆 녹음실. 방송 장비와 마이크 앞에 자리 잡은 모니터에는 실시간 교통 상황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고속도로와 시내 간선도로의 주요 지점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은 숨 돌릴 새 없이 다른 구간으로 넘어갔다. 또 다른 모니터에는 청취자들의 실시간 제보가 줄줄이 올라왔다. 교통리포터 박지형(36) 씨는 CCTV 영상을 바쁘게 확인하며 교통 상황을 파악했다. 12년 경력의 교통리포터 박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TBN '대구대행진'에서 교통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그는 매일 오전 7시 5분, 30분, 55분 등 3차례에 걸쳐 각각 5분 동안 교통 정보를 안내한다.

오전 7시. 'On Air'(방송 중) 등이 들어왔다. 방송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과 함께 '대구대행진' MC 류강국 씨가 말문을 뗐다. "오늘 대구의 체감온도가 영하 16℃에 육박했다고 하네요. 출근길 따뜻하게 입고 나오세요. 오프닝 곡은 건아들의 '사랑한다면'입니다."

방송은 공동 작업이다. 박 씨와 함께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 모두 이른 새벽부터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19년 경력의 정희경(50) 작가는 매일 오전 4시 30분이면 오프닝과 클로징 코멘트를 마련한다. 정 작가는 "아침방송은 변동이 심해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면서 "새벽에 눈을 뜨면 창문을 열어 날씨부터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김태주(44) PD도 오전 6시면 스튜디오에 나와 방송 준비를 한다. 김 PD는 "밤새 눈이나 비가 많이 오거나 사고가 나면 2시간 내내 교통 정보만 알리기도 한다"고 했다.

신청곡이 끝나고 류 MC가 '인터불고 호텔 근처에 차가 많이 밀린다. 구미 인동네거리 인근 신호등이 고장 났다' 등 각종 제보를 정리해 전달했다. 같은 시각, 박 씨는 교통사고 여부, 실시간 제보, 주요 정체 구간 등을 파악했다. 이윽고 자신에게 마이크가 넘어오자 능숙하게 대구 시내도로와 고속도로 교통 상황, 날씨 정보 등을 안내했다. 자신의 차례가 끝나도 박 씨는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출근길 교통정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전 7시 30분 이후에는 도심 정체 구간이 확 늘어나고 사고 소식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때 바뀐 교통 상황과 청취자 제보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줘야 한다. "1분 만에 바뀌는 교통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려면 미리 준비한 원고보다는 실시간 교통 상황을 보면서 전달하는 게 나아요. 적당한 긴장감은 방송을 더욱 알차게 만들죠." 박 씨가 모니터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 채 끊임없이 시계를 들여다봤다. "주어진 시간 안에 완벽한 교통 정보를 전하려다 보니 시간에 대한 강박을 많이 느껴요. 휴일에 집에서 쉴 때도 교통 정보 알림 시간이 되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하하."

오랜 경력의 그도 물론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추돌사고 현장에 견인차가 도착하기에 안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1차로를 달리던 차량이 견인차를 그대로 들이받는 거예요. 방송 중에 그 광경을 보고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어요. 청취자들에게 정말 죄송했죠." 박 씨는 "깨끗한 목소리로 방송하려면 남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 잠을 깨야 한다. 청취자들이 이런 노력을 알아주면 정말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시민들이 활기찬 아침을 맞는 활력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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