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처음 입장한 사우디女 감격…"경기의 진정한 승자"

입력 2018-01-14 19:24:44

보수적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이 축구 경기장에 처음 입장하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다.

12일(현지시간) 사우디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홍해변 도시 제다의 킹압둘라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힐랄과 알바틴의 프로축구 경기에 여성 입장을 허용했다.

그간 사우디에선 이슬람 율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해 축구경기장을 비롯한 야외 스포츠 경기에 여성 관중이 들어갈 수 없었다.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은 여성들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제다의 여성 축구팬 라므야 칼레드 나세르(32)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이벤트는 우리가 번영하는 미래로 가고 있음을 증명한다"며 "이 거대한 변화를 목도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제다에 사는 또 다른 여성 루와이다 알리 카셈은도 "사우디의 근본적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우디 당국은 여성 입장을 위해 제다, 리야드, 담맘의 축구경기장을 개조해 여성 화장실과 흡연실, 전용 출입구, 주차장을 따로 마련했다.

그러나 여성이 외출할 때 남성 보호자(가족 중 남성)를 동행해야 하는 '마흐람' 제도는 여전해 여성 축구팬이 혼자 축구장에 오진 못 했다.

여성은 남성 관중석과 철제 장애물로 분리된 '가족 구역'에서 축구 경기를 처음으로 직접 관람했다.

사우디의 식당에서도 가족 구역을 남성 구역과 공간을 분리해 영업한다.

국영매체 아랍뉴스는 "오늘 경기의 진정한 승자는 관중석의 여성이다. 많은 여성이 당당히 입장했고, 열광적으로 팀을 응원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오늘 밤은 그들의 밤이었다"라고 보도했다.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은 온건한 이슬람국가를 추구하는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조치에 따른 것이다. 사우디 왕실은 작년 10월 여성의 운동경기 관람을 허용하겠다는 칙령을 내렸다.

사우디는 올해 6월부터 여성의 자동차, 오토바이 운전도 허용할 예정이다. 이로써 여성이 축구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나라는 이란이 유일해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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