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금호강시대]<3>수변공간 개발 키워드는 '복합'(중)

입력 2018-01-11 00:05:00

달성∼안심 42km…절반은 수변도시, 절반은 보존

금호강(위쪽 가로 방향)과 신천(아래부터 세로 방향)이 만나는 금호강
금호강(위쪽 가로 방향)과 신천(아래부터 세로 방향)이 만나는 금호강'신천 합류부
프랑스 리옹 도심 손강(왼쪽)과 혼강 합류부에 있는 콩플루앙스. 출처=www.lasucriere-lyon.com
프랑스 리옹 도심 손강(왼쪽)과 혼강 합류부에 있는 콩플루앙스. 출처=www.lasucriere-lyon.com

대구경북연구원(대경연)이 10여 년 뒤인 2030년을 염두에 두고 발표한 '금호강 그랜드 플랜(안)'은 금호강 개발과 보존의 '복합'을 담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금호강 내륙 수변도시 조성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공개된 이 계획안에 따르면 금호강 서쪽 달성군 낙동강 합류부에서 동쪽 동구 안심까지 총 연장 42㎞ 구간이 글로벌 수변도시로 조성된다. 여기서 딱 절반은 개발, 나머지 절반은 보존의 대상이다. 대경연에 따르면 K2'대구공항 이전터, 검단들, 금호강'신천 합류부, 하중도, 서대구지역 등 5개 개발 거점의 연장이 21㎞이다. 나머지 21㎞ 구간은 습지 등 녹지가 집중돼 있는데 이를 보전'복원 중심 지역으로 설정해 최대한 개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이 이처럼 복합인 것은 물론, 세부 내용에서도 복합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도시의 오래된 거점, 하천 합류부

대구 금호강과 신천은 이름이야 '강'(江)과 '천'(川)으로 서로 다르게 끝이 나지만, 수변공간 조성의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를 게 없다. 다만 금호강은 이제 수변공간 조성에 박차가 가해질 구역이고, 신천은 대구 시민들에게 꽤 익숙하고 친근한 구역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다.

금호강 그랜드 플랜(안)에 따르면 금호강은 대구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오래된 지기인 신천의 도움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5개 개발 거점 가운데 한 곳인 금호강'신천 합류부가 그 연결고리다. 이곳은 2개 하천이 합류하는 물의 삼거리인 만큼 흐르는 물의 중심지이다. 그러나 시민들을 위한 수변공간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하천이 복합된 곳, 그러니까 하천 합류부는 세계적으로 사람과 물자를 모아 그 지역의 중심지를 잉태하는 역할을 했다. 곰박강과 클랑강의 합류부에 있어 '흙탕물(룸푸르)의 합류(쿠알라)'라는 이름을 얻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처럼 하천 합류부에 있다는 사실을 정체성으로 삼은 도시가 적잖다. 라인강과 모젤강이 만나는 도시인 독일 코블렌츠는 두 하천의 합류부에 있다는 이유로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하천 합류부 재생해 프랑스 제2 도시로 도약한 리옹

프랑스 론강과 손강의 합류부에서 기원전 43년 탄생한 리옹은 도시의 운명이 수변공간의 흥망성쇠와 연동된 대표 사례다. 손강과 론강이 시가지를 휘감듯이 흐르며 합류하는 프랑스 리옹은 과거 실크로드의 종착지로 명성을 날리며 실크산업이 발달했다. 이 실크산업이 번창한 중심지가 '콩플루앙스'라는 수변공간이다. 그러나 19세기 방적기 발명을 포함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리옹은 위기에 처했다. 도시를 떠받치던 산업이 몰락하자, 리옹에는 20세기 중반까지 실업자와 빈집이 끝없이 늘어났다.

그러자 리옹은 1980년대에 촉발시켜 2003년 실제 개헌이라는 성과까지 이뤄낸 지방분권을 도시쇠퇴 해결의 동력으로 삼았다. 지방분권을 바탕으로 시가 자체적으로 개발과 재생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주요 대상이 바로 실크산업의 명성만 남은 도심 수변공간이었다.

리옹은 1991년 론강과 손강 수변공간 정비와 비전을 담은 리옹 지방정부 지역계획 '블루플랜'을 마련했다. 이후 손강변 구시가지에는 슬럼가의 이미지를 벗기는 노력을 투입, 199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는 성과를 냈다. 리옹은 또 1998년부터는 론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09년까지 11년간 4천400만유로(우리 돈 880억원)를 투입해 친수공간 도시재생사업을 벌였다. 이와 함께 2005~2009년 론강 수변 제방정비 사업도 전개해 주민을 위한 공간과 녹지를 창출했다. 이 구역은 연 7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리옹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다.

◆대구 곳곳에도 하천 합류부

대구 낙동강'금호강 합류부 '두물머리'에는 강 문화의 모든 것을 담는다는 취지로 복합문화공간 '디아크'가 2012년 조성됐다. 금호강'동화천 합류부의 경우 동화천 전체에 대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역사길과 수변공원 조성에 대한 구상이 나오고 있다.

금호강'신천 합류부도 함께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강 그랜드 플랜(안)에 따르면 금호강'신천 합류부의 서쪽 침산공원, 동쪽 연암공원, 그리고 공원으로 바뀌는 북쪽 환경관리공단 신천사업소 일대가 하나의 수변공간으로 연결된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보행데크가 놓이고, 공연'영화 등 문화산업시설과 첨단산업시설도 들어선다. 그러면서 금호강'신천 합류부는 '기존 신천 중심에서 신천과 금호강의 십자형 축으로 옮겨진 대구의 발전전략'이라는 금호강 그랜드 플랜의 핵심 의미도 나타내게 된다.

◆수변공간은 도시의 과거'현재'미래 연결

지상에 새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지하화'도 복합의 한 모습이다. 지상과 지하로 기능을 나눠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기존 공간의 낡은 이미지도 확 바꾼다. 대표적으로 금호강 그랜드 플랜(안)에서는 5개 개발 거점 중 한 곳인 서대구지역에 있는 북부하수처리장의 지하화 및 지상공원화를 통해 서부지역 최대 복합공원도시를 조성할 계획이 담겨 있다. 또 대구 도심 속 나들이 명소로 떠오른 하중도 일대는 앞으로 접근성이 더욱 높아지고, 휴양'레저 기능의 도심식물원도 갖추게 된다. 이런 방향은 개발과 보존, 내용은 시설과 녹지라는 복합적 성격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의 설명도 수변공간에 부여되는 복합성에 방점이 찍힌다. 지난해 10월 31일 열린 금호강 그랜드플랜 세미나에서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양도식 박사는 "세계 수많은 도시가 수변공간을 도시 마케팅 이미지로 활용하고 있다. 한 예로 2008년 유럽문화도시 입찰에 응한 영국의 브리스톨, 카디프, 리버풀, 뉴캐슬, 버밍엄, 옥스퍼드 등 6개 도시 모두 입찰 서류 표지에 저마다 수변공간을 표현했을 정도였다. 결국 리버풀이 선정돼 현재 대구가 추진하고 있는 금호강 그랜드 플랜과 같은 수변공간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도시 수변공간은 자연과 역사적 건축물'산업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도시의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또 "도시 수변공간은 문화적 생산 및 소비가 일어나기 좋다. 여기에 사람이 충분히 모이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투자도 유인하게 된다.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컨벤션산업도 형성된다. 유럽 등 서구사회에서 수변공간을 선호하는 이유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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