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 무사 출발 땐 하루 종일 기분 좋아"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오가는 대구도시철도 전동차에 누구보다 일찍 오르는 이들이 있다. 기관사와 역무원이다. 매일 아침 시민들의 발이 돼주는 도시철도이지만 잠깐의 방심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들이 긴장감 속에 새벽을 여는 이유다.
지난 6일 오전 4시 30분. 대구 달성군 문양차량기지사업소에 '끼익' 하는 쇳소리가 울렸다. 도시철도 2호선 영남대역으로 향하는 첫차가 기지개를 켜는 소리다. 기관사 손대성(42) 씨는 자신이 운행할 '2003열차 02편승'을 세심하게 둘러봤다. "좌측 출입문 점검!" 손 씨가 조종판 중앙 '열림' 버튼을 눌렀다. 승객이 오르내리는 출입문은 출발 전 가장 중요한 점검대상이다. 지난 14년 동안 지구 4바퀴(20만㎞)를 돌 만큼 운행한 손 씨지만 늘 긴장되는 순간이다.
안전점검은 출발 전 1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오전 5시 25분. 손 씨의 전동차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문양역에 진입했다. 영남대역까지 안전하게 다녀오는 게 손 씨의 '사업'이다.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운행을 사업이라고 표현한다. 오전 첫 승객들이 전동차에 타는 내내 그의 오른손은 노란색 임시 개방 버튼 위에 올려져 있었다. 혹시나 급하게 전동차에 타려는 승객이 나타나면 문을 열기 위해서다. CCTV에서 눈을 떼지 않던 그는 "카메라에 잡히는 출입문과 계단 사이의 거리는 불과 2m"라며 "급승차를 판단할 시간이 1초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도시철도 기관사는 '주간 2일-야간 1일-휴식 2일' 순서로 근무한다. 5일 주기로 바뀌는 생활방식 탓에 중요한 약속을 놓치는 날도 많다. "첫째 아이의 유치원 발표회에 가지 못한 게 아직도 미안해요. 실망한 아이의 표정이 잊히지 않네요." 운행 중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생리 현상도 빼놓을 수 없는 어려움이다. 그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봉투를 가지고 다닌다"면서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아예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문양역에서 출발한 지 34분, 열차가 반월당역에 도착하자 환승역을 알리는 음악 소리와 함께 손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듬직한 체격과 달리 나긋나긋하게 안내방송을 뽑아낸다. "아직까진 조금 쑥스럽지만 '감성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더 다가가고 싶어요."
어스름한 새벽, 도시철도 2호선 신남역에서 역무원 이창진 차장이 출입구 앞에서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오전 4시 50분에 출근하는 이 차장은 역사에 도착하자마자 도시철도역 문을 열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의 시동을 켰다. 역 내부 확인을 마친 이 차장은 곧장 선로 상태를 점검했다. 작업공구나 장애물이 선로에 놓여 있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별다른 이상이 없자 이 차장이 '열차운행 이상 없음' 보고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오전 5시 40분. 이 차장은 첫차를 기다리는 10여 명의 시민들 옆에 섰다. 열차 출입문이 닫히자 그가 출발해도 좋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가벼운 인사처럼 간단한 동작이지만 역무원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이 차장은 "새벽 근무가 더 많은 내겐 첫차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라며 "첫차가 무사히 출발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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