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송유관 절도범 대구서 검거…2명 신병 확보·2명 추적

입력 2018-01-09 00:05:00

기름 훔치다 화상 입어, 주소지로 와 병원 입원…직원이 의심 경찰 신고

베테랑 경찰관의 순간적인 판단이 미궁 속으로 빠질 뻔한 송유관 기름 절도사건의 실마리를 잡았다.

전북 완주경찰서와 대구경찰청 등은 전북 완주군 송유관 절도 용의자 A(63) 씨와 B(61) 씨 등 2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달아난 2명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7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장구리의 한 야산에서 1.5m 깊이의 땅을 파고 송유관 기름을 빼돌리려다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현재 중화상을 입고 대구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유관 기름 절도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건 27년 차 베테랑 경찰관인 이창현(52) 경위였다. 7일 오전 10시 30분쯤 달서경찰서 112종합상황실에 이상한 신고 한 건이 접수됐다. 화상전문병원 관계자는 "'분신'으로 전신 화상을 입은 환자가 입원했는데, 동행하던 보호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달서구에 산다는 것 외에는 인적사항도 불명확하니 알아봐 달라"고 했다.

당직근무 중이던 이 경위는 환자 주소를 조회한 뒤 순찰차를 보내 가족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출동한 순찰팀은 A씨가 3, 4개월 전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집세도 오래 밀려 있다는 집주인의 진술을 받아냈다. 이 경위는 집주인을 통해 A씨 여동생의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아내(45)와도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다. 아내의 진술은 예상 밖이었다. A씨와 10여 년 전부터 별거 중이고,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실제로 119상황실에도 분신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수상하게 여긴 이 경위는 '전북 완주군에서 누군가 송유관을 통해 기름을 훔치려다 불기둥이 치솟았다'는 방송 뉴스에 시선이 꽂혔다. 이 경위는 "A씨의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남편이 과거 송유관 관련 업체에서 일했다'고 말한 사실이 떠오르면서 퍼즐이 맞춰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전북 완주경찰서와 접촉한 이 경위는 A씨 소유의 차량이 완주군에서 대구로 향하는 고속도로 CCTV에 포착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A씨가 과거 송유관 절도사건으로 세 차례 구속된 전력이 있음도 파악했다. 이 경위는 "그때까지 수사팀이 용의자의 신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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