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입력 2018-01-08 00:05:00

중소기업은 상여금 깎아 '살아남기'…먹거리·서비스업 가격 들썩

새해 들어 최저임금이 시간당 7천530원으로 전년보다 16.4% 인상된 가운데 지역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현장에 최저임금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크게 오른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상여금 인하 협상에 나서거나 수당이 높은 야간근무를 없애는 등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대구 자동차부품 2차 협력사인 A사는 조만간 완성차 대기업에 부품 단가 인상 요구를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A사 관계자는 "지난 연말 3차 납품업체에서 '이젠 도저히 이 가격에 납품 못 한다'며 단가 인상을 요구해왔다. 우리 회사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더 이상 부담을 대신 떠안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섬유업체인 B사는 3조 2교대 주'야간으로 운영하던 데서 야간근무반을 없앨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진 폭이 적은 섬유업 특성상 차라리 일을 덜하고 물량을 줄이는 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크게 오른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보다는 경영상 낫다는 생각에서다.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일부 중소기업은 지난 연말부터 '임금협상 테이블'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상여금을 줄이거나 일부 수당을 시급으로 바꾸는 방법도 동원된다. 기계 부품업체인 C사는 기존 상여금 400%를 300%로 줄이는 안을 직원들과 협상 중이다. 이곳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야근수당과 휴일수당이 더 올랐다. 그렇다고 직원을 내보낼 수도 없으니 고통분담을 부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부 근로자들 사이에선 회사 측의 편법 탓에 불만과 불안감도 일고 있다. 경북의 주물공장에서 야간근무하는 최모(44) 씨는 "회사 측에서 수당이 오른 만큼 상여금 일부를 시급제로 전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 계산대로라면 원래보다 200만원가량 임금이 깎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섬유업체에서 일하는 이모 씨는 "지금도 최저 인원으로 일하는데 회사 측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인력을 줄이면 업무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먹거리와 서비스업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서모(55) 씨는 "오늘 찜질방에 갔더니 목욕비는 6천500원에서 7천원으로, 찜질방비는 9천원에서 1만원으로 올랐더라. 단골 한정식 식당도 장사 더 해봐야 빚만 늘겠다며 문을 닫았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대구시가 조사한 개인서비스요금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3일 칠성시장 김밥 1인분은 3천600원으로 전주 3천원보다 20%가 올랐다. 칼국수 가격도 4천원에서 4천500원으로 인상됐다.

조임호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장은 "최저임금이 오른 후 지역의 중소기업과 자영업 사장들이 '사업을 때려치우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최저임금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는 바람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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