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문화재, 타지에 붙잡아둘 이유 있나

입력 2018-01-06 00:05:00

지난 연말 국보 121호 '하회탈'을 위시한 안동 지역 문화재 수십 점이 영구 귀향했다. 하회탈은 1964년 국보 지정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보관돼 오다가 53년여 만에 본향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원 소유주인 하회마을보존회의 계속된 반환 요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그러나 하회탈의 사례와 달리 수많은 지역 문화재들은 여전히 타향살이 신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외지로 반출된 지역 문화재를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상이 남긴 소중한 문화재는 본산에 있는 것이 지역 정체성과 부합한다는 판단에다 지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결과다. 지방의 전시나 보관 여건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점에서 '문화재 제자리 찾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 국가지정등록문화재의 20%는 대구경북이 연고지다. 하지만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가 국립중앙박물관 등 타 지역으로 반출된 후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기억조차 희미해진 상태다. 대구 청동기'철기시대를 대표하는 비산동 동검을 비롯해 경상감영 소재 조선 측우대는 지금 대구에서는 볼 수 없다. 통일신라 문화의 정수인 경주 황남대총 금관(국보 191호)도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다. 이 땅의 유물임에도 정작 시도민이 눈으로 확인하려면 먼 길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방에 보관할 장소가 마땅찮고, 시설 또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역 문화재 이관을 거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안동시립민속박물관이 하회탈 특별전을 계기로 목재 문화재 전용 수장고와 항온·항습 시설 등을 갖추면서 하회탈의 귀향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화재 환수를 위한 지역민의 강한 의지가 앞서고, 지방의 전시·보관 역량이 뒷받침된다면 다른 유물들의 귀향도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2014년 지역 문화재 환수 운동에 처음 주목해 팔을 걷어붙인 상주시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현재 경주와 안동시 등도 문화재 되찾기에 적극적이다. 굳이 지방분권시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역 문화재는 그 지방에 머물고 원래 자리를 지키는 게 자연스럽고 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되찾는 운동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마당에 지방 문화재의 본디 위상을 계속 외면하는 것은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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