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가 그랬던 것처럼…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문학동네. 2016
쫓기듯 앞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면서도 우리는 늘 누군가보다 못하다고 느낀다. 순간순간을 고군분투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우리들. 그렇게 우리는 살고 있다. 진정으로 원했던 삶은 까맣게 잊은 채…. 자신이 추구하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한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이것이 바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다. 그리고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체코의 작가 보후밀 흐라발은 2차 세계대전, 공산주의 치하에 살면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없는 처지였지만 끝까지 체코어로 글을 쓰며 체코를 지켰다. 그 시대의 많은 체코 작가들이 고국을 떠나버렸으나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애썼다. 그 이유로 인해 그의 작품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란 제목을 대하는 순간 고독해지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될 준비를 마친 후 읽기 시작한 책에서 난 고독의 심연에 빠졌다. 시끄럽게 말이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9, 21, 35쪽)
8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이 문장 안에 주인공 한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고스란히 들어 있다. 늘 고독한 주인공 한타는 오랜 세월 젖어온 시 같은 문장과 아름다운 글귀들의 소란스러움을 고스란히 안고 고독을 즐기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써내려 간 이야기는 길진 않지만 담담하게 가슴속에 새겨지는 아주 긴 이야기였다.
오랜 시간 책을 압축하는 일을 하면서 그는 아름다운 문장이 담긴 책을 차마 버릴 수 없었다. 그는 그 아름다운 책들을 하나하나 모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가 모은 아름다운 문장 속에서만은 그는 외롭지도 고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오롯이 그만을 위해 펼쳐진 또 다른 세상이었다. "가치 있는 무언가가 담긴 책이라면 분서의 화염 속에서도 조용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11쪽)
하지만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새로운 세상이 다가왔다. 그가 삼십오 년째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평생을 함께하려 한 그 일은 기계화에 밀려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삶과 앞으로의 삶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걸 느꼈다. 어쩌면 그가 다가올 세상에 절망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이루어놓은 세상에 온전히 혼자 남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 누구도 그와 책을 떼어 놓을 수 없었다. 그는 영원히 그 아름다운 문장과 오래된 책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빨아 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10쪽)
한타만큼 강렬히 책을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쏜살같이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들은 늘 초조해하며 그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 삶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어떠한가? 맞서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고 또한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내가 추구했던 삶과는 다른 삶에 동조하지 못하는 합리성을 찾아내고 만다.
하지만 한타를 만나고 난 뒤의 내 삶은 바뀌리라. 진정으로 내가 추구하는 삶을 위해 내 온몸을 바치리라. 오롯이 내 삶을 사랑하리라. 한타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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