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주점업 생산 3년 연속 하락…서민 대표 창업업종 불황 깊어가

입력 2018-01-04 00:05:00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작년 감소폭 0.7%P 더 커

대구 시내에서 5년째 꼬치구이집을 운영하는 서모(53) 씨는 월세를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건물주와 몇 달 전부터 실랑이 중이다. 서 씨는 주로 저녁부터 자정쯤까지 영업하는데 지난해부터 손님이 부쩍 줄었다. 서 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자정 넘겨서도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엔 10시 무렵이면 빈 테이블이 많다. 아르바이트생은 꿈도 못 꾸고 혼자 가게를 운영하면서 버텨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서민들의 대표적인 창업 업종인 음식'주점업 생산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세에도 계속되는 소비 부진, 청탁금지법, 최저임금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음식점 및 주점업 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했다.

이는 200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09년 1∼11월 감소 폭(-2.4%)보다도 0.7%포인트(p) 더 크다.

12월 한 달 통계가 더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1∼11월 감소 폭이 큰 탓에 지난해 음식'주점업 생산은 2015년, 2016년에 이어 3년 연속 마이너스가 확실시되고 있다.

음식점 및 주점업 생산이 3년 연속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음식'주점업 경기 악화의 중심에는 경기 회복세에도 기를 펴지 못했던 소비가 있다.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매판매 부진 이면에는 경기 회복세에도 여전히 차가운 체감 경기가 자리 잡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술'혼밥 소비 풍조가 음식'주점업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음식점업 사업체는 2015년 기준 47만3천600개로 사업체 수가 가장 많은 대표적인 서민 업종이다.

대구 경우도 '생계형 서비스 업종'의 대표격인 음식점 창업이 최근 늘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와 구직 청년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음식업 업종 위주로 창업행렬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한 서비스업 관계자는 "경기는 좋지 않은데 시장이 과포화 상태여서 자영업자로 살아남기가 갈수록 어렵다. 특히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되면서 업주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더 긴 시간 동안 가게를 지키는 등 노동 강도도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