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이제는 '문화사회' 이어야 한다

입력 2018-01-02 00:05:04 수정 2018-10-17 15:46:56

'과로사, 궈라오스(过劳死), 가로시(かろうし)….' 전 세계에서 과로로 인한 죽음을 일컫는 고유명사가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뿐이라고 한다. 자동화기기와 로봇 등의 기술발전이 인간의 노동과 일자리를 잠식하는 시대가 도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OECD 기준으로 세계 1위이다.

이처럼 노동시간의 증가와 일자리 감소라는 엇박자는 노동정책의 혼란을 가져오고 '일과 여가가 조화되는 삶'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노동중심의 사회'의 대안으로 자율성이 보장된 '문화사회'를 제시한 철학자 '앙드레 고르'는 '문화사회'를 노동이 단순한 수단으로 그 지위가 전락하고 '여가가 있는 문화가 삶의 중심이 되는 사회'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문화사회가 되려면 먼저 창의성에 기반을 둔

'문화사회'여야 한다. 미래에는 꿈과 감성을 파는 '드림 소사이어티 사회'가 도래하여 "소비자가 제품보다는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살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아오모리 사과'는 1991년 태풍으로 인해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낙과 피해를 입었으나 나머지 10%는 강력한 태풍에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 농민들은 '시험에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합격 사과'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보통 사과보다 10배나 비싸게 팔아 아오모리 사과를 '시험에 합격하는 사과'라는 스토리텔링의 산물로 만들었다.

두 번째는 실패를 용인하고 창의적인 도전이 허용된 '문화사회'여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는 "한 번도 잘못을 해 본 적 없는 사람, 그것도 큰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는 사람은 윗자리에 않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형식적인 규칙 중심의 사회가 아닌 실용과 사기진작을 위한 '문화사회'여야 한다. 미국 해병대는 야전에서는 가장 말단 사병부터 배식을 받는데 이는 최전방에서 싸우는 말단 병사들의 사기를 높여 조직의 단합을 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세대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사회'여야 한다. 영화 '은교'에 이런 대사가 있다. "별이 똑같은 별이 아니다. 너희의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세대 간 상호 이해와 차이에 대한 배려는

'고령화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지금의 시대정신일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이 더 길어져 상대적으로 청춘은 짧아졌지만 우리 사회가 진정한 '문화사회'가 된다면 우리의 '육체적 청춘'은 늘릴 수는 없어도 '문화적 청춘'은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그토록 바라던 '소원'이었다. 문화예술의 도시 대구가 백범 김구의 '소원'을 가장 먼저 이루어줄 수 있는 도시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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