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개헌을 반대한다.
"졸속으로 하지 말자. 통일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분권에도 반대 안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시기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 홍 대표는 또 "개헌을 지방선거에 곁다리 붙여서 하거나 권력 나눠 먹기를 위한 개헌을 하자는 데 반대한다"며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진보좌파와 보수우파 모두가 만족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권력구조도 개편하고, 시대 변화에 맞춘 국민의 기본권도 헌법 정신에 담아야 하고, 통일에 대비한 헌법을 만들고 국회도 상하 양원으로 나눠 갈등의 요인을 줄이고 지방분권도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내년 6월 개헌불가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홍 대표의 주장은 개헌을 하려면 다 하자는 거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으니 다 하자는 거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지금 다 하자는 건 하지 말자는 거나 마찬가지다. 최대공약수면 몰라도. 그런 게 세상천지에 어디 있나. 그런 개헌안을 홍 대표가 관철시키고 그래서 개헌이 마침내 실현된다면 나는 홍 대표의 광팬이 될 것을 약속한다. 눈을 닦고 둘러봐도 그런 지도자가 홍 대표 말고 어디 있겠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 좌와 우를 만족시킨다니.
그러나 현실은 영 아니다.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가 없으면 개헌은 못 하도록 현행 헌법은 못 박고 있다. 그런데 다 만족하는 개헌을 한다고? 누가 봐도 개헌을 하지 말자는 소리다. 그러니 개헌반대파, 지방분권개헌 방해세력이라는 거다.
홍 대표의 이런 지침 때문인가. 한국당에서는 개헌의 '개' 자도 듣기 어려워졌다. 다 하자고 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개헌에 대한 고민이나 준비의 흔적조차 없다. 한국당은 국회 개헌 논의에서도 소극적이고 심지어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또 통일헌법이라지만 언제부터 홍 대표가 통일을 고민한 건지 궁금하다.
홍 대표는 급기야 지난달 말 대구에 와서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당의 방침을 이미 정해 놓았다"고 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지방분권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한 권영진 대구시장을 빗대 "대구시장 선거나 잘하라고 해라. 자기가 왜 그것까지 관심을 가지나. 그거는 중앙당에서 국회의원들이 하는 거다"라고도 했다.
귀를 의심했다. 한국당 방침은 대표 혼자 정하나? 언제 그런 규정이 있었나? 대표의 한마디가 다 법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제왕적 대표 때나 가능한 소리다. 또 개헌론은 중앙당에서 국회의원들만 주물러야 하는가. 한국당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분권개헌에 대한 의견이나 주장도 밝히지 못하는가. 권력을 국회의원들만 나눠 먹게 둬서는 안 된다는 건 홍 대표다. 그런데 개헌론은 국회의원들에게만 맡겨야 한다는 건 또 뭔가. 도대체 앞뒤가 안 맞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줄이고, 서울 일극주의의 부작용을 없애고, 기본권을 시대 변화에 맞게 고치는 게 이번 개헌론의 출발점이다. 30년이나 된 헌 옷을 몸의 변화에 맞게 고쳐 입자는 거다. 그런데 홍 대표는 '까라면 까라'는 권위주의 방식으로 '지금은 안 된다'며 개헌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홍 대표가 이런 식이니 속도를 내야 할 개헌론의 힘이 빠진다. 제왕적 대표가 개헌은 안 된다는데 공천에 목을 매는 한국당 소속 지방선거 후보들이 '간 크게' 개헌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1천만 명 지방분권개헌 서명운동 역시 잘 굴러갈지 걱정이다.
그런 홍 대표가 대구에서 정치를 하겠단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환영한다. 중진의 부재, 존재감 상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지역 정치권에 강한 자극제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개헌 특히 지방분권개헌에 대해 확실한 입장부터 정리하라.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만들어서 가지고 오라. 개헌반대파 내지 지방분권개헌 반대세력이라는 딱지를 뗄 건지 말 건지는 그 후에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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