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中企 숨통 죈다…중소제조업체 비용 부담 가중

입력 2017-12-10 19:52:19

고용 대신 가동 시간 줄일 판…생산성·가격경쟁력 떨어지면 문 닫거나 해외로 이전 추진

대구 IT 부품 제조업체 A사는 정부의 내년 근로시간 단축 규정 도입에 대비해 '3명이 하던 업무를 2명이 처리한다'는 방침을 최근 세웠다. 이와 함께 A사는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점차 옮기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외국 공장은 직원 근로시간에 제한이 없고 인건비도 한국의 3분의 1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공장 투자가 경제적이라는 게 회사 판단"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 도입을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주 최대 52시간 근로) 규정이 지역 중소 제조업체 부담을 가중시키는 불안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현행 최장 68시간으로 허용된 법정 근로시간을 최장 52시간으로 제한 및 준수토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내년부터 추진한다. 여의치 않으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토'일요일 근무 16시간을 추가)을 폐기해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할 계획이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주 최장 근로 52시간 제한'이 실행된 뒤 기업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고자 추가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12조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근로시간이 줄어도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추가 고용을 해야 하고, 제도 취지에 따라 휴일 근로에 더 많은 수당을 줘야 해서다. 업종별로는 근로시간 단축 비용의 약 60%인 7조4천억원이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신규 고용을 하지 않고 기존 직원들의 근로시간만 줄인다는 분위기다.

대구경북 섬유업계 경우 지난달 대표자 모임을 갖고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직원을 추가 채용하는 대신, 공장 가동시간 및 근무 체계를 기존 24시간 3교대에서 16~18시간 2교대로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24시간 가공이 필수인 염색'사(실)가공업계는 근로자에게 심야 취침시간을 교대로 제공해 1인당 근로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대구 직물업체 B사 관계자는 "머지않아 생산성'가격경쟁력 하락으로 폐업하거나 외국으로 이전하는 지역 섬유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역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 임금체계는 주로 연장근무 등 각종 수당에 의존하는데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답이 없다. 새로 직원을 고용할 여력은 없고 그렇다고 임금을 깎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업종'규모별로 순차 시행하거나 노사 합의에 따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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