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거기 있어줘 고맙다"…『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

입력 2017-12-09 00:05:15

박선주 영남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독도의 야생화를 연구한 생태서적
박선주 영남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독도의 야생화를 연구한 생태서적 '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를 펴냈다. 영남대 제공

사람, 식수, 그리고 나무. 독도가 국제법상 '바위'가 아닌 완벽한 '섬'의 지위를 갖게 하는 필수 조건이다. 울릉읍 독도리에 김성도 이장이 살고 '물골'이라는 식수원도 있으니 남은 것은 식생(植生)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도의 나무, 풀, 야생화는 우리의 영토주권을 확보하는 마지막 관건이다.

독도 야생화들의 생태를 그대로 옮긴 '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가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영남대 박선주 교수와 마산대 정연옥 교수가 수년간 조사해온 독도 야생화에 대한 모든 기록이다. 작년 4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가파른 동도와 서도를 오르내리며 독도의 생태계를 모니터링 했다.

박 교수팀은 조사를 통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무당벌레 '사임너스' (Scymnus) 등 곤충류 10종, 조류 6종을 새로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현장에서 채취한 샘플 DNA 분석을 통해 독도와 울릉도, 강원 양양, 일본 서해안에만 서식하는 해국(海菊)이 한국 고유의 종(種)임을 입증했다.

한국 고유의 종을 찾았다는 것은 우리만의 유전자원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전 세계적으로 '생물자원 전쟁'이 전개되고 있음을 생각할 때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박 교수는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별로 독도의 야생식물들을 구분하고 야생화 57종에 대해 현지 촬영 사진을 수록하는 한편 생태적 특성, 식물학적인 여러 기작과 서식지 천이(遷移) 과정을 상세히 정리했다.

섬초롱꽃, 섬기린초에서부터 쇠무릎, 쇠비름, 흰명아주, 강아지풀, 별꽃 등 흔히 '잡초'라고 알려진 야생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 새 이름 모를 잡초의 존재가 묘하게 '나라 사랑'이나 '애국 코드'와 만난다. 책갈피를 넘기는 독자들은 '거기 있어줘 고맙다'며 꽃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품게 된다.

생태학적으로 독도는 육지와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섬으로 보고되고 있다. 식물학적으로 분화와 식물특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학계에서는 '제2 갈라파고스'라고도 부른다.

이런 활동과 독도의 생태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박 교수팀은 우리의 생태주권 활동이 아직은 미흡하다고 말한다. 현재 일부 기관에서 벌이고 있는 독도 생태 연구는 생물 모니터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 이제 큰 틀에서, 정부 정책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현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매년 독도의 생태주권에 대한 유전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가장 절실한 프로젝트"라며 "여기에 우리 팀처럼 몇몇 학술단체가 나름의 애국심과 학구적 목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한다.

또 이런 학술행사 상당수가 독도 분쟁이 발발할 때마다 이벤트식 행사로 진행되거나 대부분이 보여주기에 그치고 있다는 것.

최근 중일(中日)의 패권화와 일본의 간헐적인 독도 도발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당장은 정부 차원에서 배타적 국토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 절실한 과제지만 민간, 학계에서도 사료 수집이나 생태주권을 위한 노력을 하나씩 쌓아간다면 영토주권은 더욱 선명하게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박선주 교수는 고려대 생물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뉴욕 텍사스주립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영남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6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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