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보행자 안전 위해 있어야" 장애인 "휠체어 통과 너무 어려워"
인도 곳곳에 설치된 '볼라드'(bollard)를 두고 시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구시와 각 구청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안전사고 원인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 전역에 설치된 볼라드는 약 1만 개로 추정된다. 인도로 돌진하는 차량 사고와 인도 위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볼라드 설치가 늘었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대구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박모(18) 군은 최근 자전거를 타고 가다 인도에 설치된 볼라드와 충돌했다. 늦은 저녁이라 미처 볼라드를 보지 못한 탓이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아직도 볼라드를 볼 때마다 몸이 움찔한다는 박 군은 "밤이 되면 볼라드가 잘 보이지 않아 불편하기만 하다. 이런 걸 왜 설치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볼라드가 보행에 방해가 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이날 오후 찾은 동구 율하초교 인근 삼거리에는 차도에서 인도로 올라가는 길목마다 볼라드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양옆으로도 안전펜스가 길게 설치된 곳이라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A(56) 씨는 인도에 올라서는 걸 포기하고 차도를 따라 주민센터로 향했다. A씨는 "볼라드와 사람들 틈 사이로 지나가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불법 주정차는 단속으로 줄이면 되지 않느냐. 우리 같은 사람도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의 엇갈린 반응에 행정당국도 설치 간격을 조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갑자기 차가 인도로 돌진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주는 볼라드로 인해 안심이 된다는 의견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큰 사고를 예방하려면 볼라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휠체어가 원활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볼라드 간격을 1,5m 이상으로 유지하고 야간에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야광장치를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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