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발생한 포항의 한 야산에서 토층이 낮은 쪽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이른바 '땅밀림' 현상이 관측됐다. 지진으로 인한 땅밀림이 관측되기는 이번이 국내 첫 사례인데 해외 사례에서 보듯 땅밀림은 산사태, 건물 붕괴 등 2차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땅밀림이 관측된 포항시 용흥동 야산 아래에는 아파트 단지와 주택이 자리 잡고 있어 당장 만일의 사태를 염두에 둔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11·15 지진 직후 이곳에서는 6.5㎝ 정도의 땅밀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은 이후 토양이 차츰 안정화돼 땅밀림이 3.9㎜ 수준으로 줄어들어 산사태 우려도 낮아졌다고 밝히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겨울이 지나 얼어붙은 땅이 녹고 비마저 내린다면, 땅밀림으로 취약해진 토층에서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지진이 아니더라도 땅밀림은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나라도 땅밀림 안전지대가 아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1993년 이후 국내에서 땅밀림이 발생한 곳은 포항 용흥동을 비롯해 28곳에 이르며 이 가운데 50%가 경상남북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땅밀림을 측정할 무인계측기가 설치된 곳은 고작 2곳에 불과할 정도로 땅밀림에 대한 연구조사와 대응 시스템이 부실하다. 이번 포항 용흥동에서도 땅밀림이 처음 측정된 후 6시간이 지나서야 주민 대피명령이 내려지는 등 초기 대응이 매우 허술했다.
예측 불가능한 영역인 지진과 달리 땅밀림은 어느 정도 관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시스템만 잘 갖추면 피해를 최소화할 여지가 있다. 일본은 땅밀림의 규모가 하루 1㎜ 이상이면 '주의', 하루 1㎝ 이상이면 '경계', 시간당 4㎜ 이상이면 '피난' 경보를 울리는 등 경보발령 시스템 및 대응 매뉴얼을 잘 갖추고 있는데 이참에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땅밀림으로 인한 산사태 발생 시 인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주민의 신속 대피다. 땅밀림 관측 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의 경보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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