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이 총사업비 2조4천억원 넘는 호남 고속철도(KTX) 무안공항 경유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정권이 바뀌면서 소외당하고 무기력한 대구경북 입장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화나는 일이다. 대구경북에는 단호하지만, 호남에는 관대하기 이를 데 없는 정부의 이중 잣대에 분노하고, 자기 것도 못 챙기는 지역 국회의원의 모습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호남 고속철도 무안공항 경유 사업은 광주 송정역~나주~무안공항~목포 77.6㎞ 구간에 2조4천731억원을 쏟아붓는 매머드 사업이다. 지금까지 전남도와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경유 사업을 적극 주장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예산 과다를 이유로 광주~목포 66.8㎞ 기존선을 고속화하고, 무안공항으로 가는 지선 16.6㎞를 신설하자는 입장이었다. 무안공항 경유 노선은 지선 신설보다 1조1천304억원이나 더 투입해야 해 경제성 논란 때문에 더는 진척되지 않은 사업이었다.
지난달 말 민주당'국민의당의 합의안이 나온 바로 다음 날, 국토부는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무안공항 경유 노선을 확정했다. 정권이 바뀌고 나니 기재부가 갑자기 '사업성이 있다'며 태도를 바꿨다는 점에서 황당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사업성 논란의 초점은 무안공항이 지난해에만 120억원의 적자를 낼 정도로 만년 적자 공항인 탓이었다. 무안군의 인구도 전남도청이 이전한 남악신도시를 포함해 8만2천 명에 불과해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하면 확대 내지 과장 해석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호남인의 입장에서 보면 고속철도 건설을 통해 공항을 살리고 경제 활성화의 단초를 놓았다는 점에서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이를 지켜보는 지역민의 마음은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대구는 통합 신공항 이전이 계속 지연되고, 경북도청 신도시를 연결하는 철도망의 예산 확보도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대구경북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왕창 깎였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은 '야당'의 어려움만 내세우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별적인 정부의 행태만 무턱대고 욕할 것은 아니다. 지역민에게도 경쟁력 있는 국회의원을 뽑고 키우지 못한 책임이 있는 만큼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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