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희귀 림프종 앓는 정주성 군

입력 2017-12-05 0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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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만에 재발한 병…또래처럼 살 수 있다면

정주성(가명
정주성(가명'17) 군은 희귀암인 림프모구성 림프종이 재발해 투병 중이다. 완치를 위해서는 골수이식이 필요하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마련할 길이 없는 처지이다.

병상 옆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이정숙(가명'48) 씨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항암치료를 받아 머리카락 상당수가 빠져버린 아들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너무도 슬퍼 보였다. 이 씨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자 남은 머리칼마저 맥없이 이불 위로 떨어졌고 이 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 씨는 완치된 줄 알았던 아들 정주성(가명'17) 군의 병이 한 달 전 재발한 뒤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정 군이 앓고 있는 병은 희귀암인 림프모구성 림프종. 아들이 생각지도 못한 무서운 병에 걸린 이후 이 씨는 침대에 누워 잔 날보다 의자에 앉은 채 잠든 날이 많다고 했다. "하루하루 자고 일어날 때마다 혹시나 병세가 악화되지는 않았을까 두려워요. 아들이 의젓하게 치료받고 있으니 저도 힘을 내야 하는데 많이 불안하네요."

◆희귀암 재발…골수이식 필요

병마가 정 군에게 처음 손을 뻗은 것은 지난해 3월. 심한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며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날이었다. 며칠 쉬어도 낫지 않아 찾아간 병원에서는 정밀진단을 권했고 희귀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결국 정 군은 항암치료가 끝난 지난 8월까지 교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병실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항암치료가 순조롭게 끝나 퇴원했지만 행복은 석 달도 채 가지 않았다. 지난 11월, 정 군은 이 씨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다시 아픈 것 같다고,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이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병이 재발했다며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할 것을 권했고, 이 씨는 아들을 데리고 곧장 서울행 기차를 탔다.

이 씨는 "아들이 내가 슬퍼할 것이 걱정됐는지 아프다는 말을 다시 꺼내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재발 사실이 확인되자 왜 또 이런 시련이 닥치는지 막막해 하염없이 눈물만 났다"며 "아들이 이번에는 꼭 낫고 싶다며 의연하게 서울에 가서 치료를 받아보자고 말했다.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새로 입원한 병원에서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힘든 치료가 예정돼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알려왔다. 용량이 크게 늘어난 항암제는 정 군을 밤새도록 괴롭혔다. 63㎏이던 몸무게는 2주 만에 55㎏까지 줄었다. 이 씨는 고열과 설사는 물론이고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힘든 치료를 받는 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이 씨는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 굳은 표정으로 '지금은 사는 게 먼저'라며 치료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할 만큼 아이의 의지가 강하다"며 "다 나아서 평범한 또래 아이들처럼 살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수천만원 달하는 치료비가 발목

문제는 비용이다. 골수이식을 받는다 하더라도 5천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신용불량자였던 남편과 이혼한 뒤 청소 일을 하며 홀로 두 아들을 키워온 이 씨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액수다. 게다가 간병을 시작하며 하던 일도 그만둬 치료를 지속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이 씨는 "전 남편은 애가 아픈 것도 몰랐다. 골수이식에 적합한지 알아봐야 해 연락을 했더니 이식을 해줄 수 없겠다고 했고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병원에 다니면서 가진 돈을 모두 치료비로 써버렸다. 아들에게 퇴원하고 나면 노숙인 쉼터 같은 곳에서 생활해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 의연한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현실이 슬프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가는 정 군의 꿈은 임상병리사다. 본인 경험에 더해 같은 병실에서 채혈 도중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생긴 목표라고 했다.

"아들이 잘 웃고 치료도 의젓하게 받으니 병실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아이들이 채혈을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더니 돕고 싶다고 하네요. 이 소박한 꿈만이라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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