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의 대화' 나누는 3명의 작가
작가들에게 '공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021갤러리(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 204호)는 '공간(空間)-비움, 깊이, 빛'이란 주제로 모든 감각을 깨워 경험하고 사유하며 공간과의 대화를 그리는 박한샘, 신선주, 정보영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공간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우리가 무심하게 스친 그곳을 3명의 작가는 오랜시간 집요하게 바라보며 사유하고 작업하며 공간과 회화적 실험을 시도한다.
◆박한샘-수묵으로 마주한 시공간
박한샘 작가는 한지와 화선지에 수묵으로 작업한다. 수묵으로 자신이 경험하고 마주한 시공간의 느낌을 담담히 그려낸다. 온몸의 감각을 열고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 사건의 느낌을 가시적으로 창조하기 위해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때론 전시장의 벽과 바닥의 명도를 달리하는 등 부가적인 장치의 개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작 '섬' 시리즈는 강조와 생략으로 공간을 표현한 작품으로 섬이 놓인 공간은 흑과 백의 여백으로 비우고 오롯이 솟은 '섬'은 세밀하고 섬세한 붓 터치로 표현했다.
◆신선주-시간을 견디는 건물
회화와 사진을 전공한 신선주 작가에게 사진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작업의 과정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객관적으로 담아낸 풍경을 캔버스에 옮긴다. 작업은 오일파스텔의 끈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재료의 특성을 이용해 검은 바탕을 만든 뒤 날카로운 바늘이나 송곳 같은 것을 이용해 긁고 지우는 치열한 무한 반복을 거친다. 이렇게 완성된 작업은 아주 섬세한 가는 선까지 표현된 일명 '검정 색조의 방식'으로도 칭하는 메조틴트(세밀묘사의 동판화 기법) 표현과 흡사하다. 신 작가는 우리에게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침묵하는 건물이 가진 공간의 상징성을 자신이 좋아하는 깊은 검은 색으로 표현해 보여준다.
◆정보영-말없는 공간에 생명력
빛을 주제로 작업하는 정보영 작가는 실재하는 공간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그 말없는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빛이고 공기의 흐름이고 온도와 바람이다. 그 양과 농도에 따라 공간은 다채로운 표정으로 생명을 얻는다. 촛불과 전깃불, 창밖의 빛이나 빛의 정경을 실내공간으로 투사시켜 빛과 어둠으로 채우고 나눠 운동성을 부여한다.
정 작가가 다룬 빛은 현실로 존재하는 사물의 하나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 수 없는 숭고한 공간, 또는 시간의 경계가 만들어내는 세계를 그리려는 것이다. 빛은 시간의 경계에서 시작돼 실내로 들어오고 이어 실내와 옥외로 가르며 마침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서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렇게 그려내는 작가의 어둠과 밝음의 공간은 신비하고 따듯하다. 2018년 1월 14일 (일)까지. 053)74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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