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잭 블랙 '쥬만지' 부활 이끈다

입력 2017-12-01 00:05:05

놀 줄 아는 '블랙이 형' 게임 속으로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도 대표적인 '친한파'로 불리는 잭 블랙이 올겨울 신작 '쥬만지: 새로운 세계'('쥬만지2')를 들고 나온다. 영화 개봉 시점에 맞춰 또 한 차례 방한이 이뤄질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태. 하지만 최근 진행된 '쥬만지2'의 언론 행사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해 팬들을 들뜨게 하였다. 잭 블랙의 신작이 '쥬만지'의 속편이란 사실도 눈길을 끈다. '쥬만지'는 1995년 개봉돼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동명 영화의 후속작으로 당시 고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아 흥행 견인차 역할을 했다. 게임과 현실이 뒤섞이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판타지를 실감 나는 CG로 영상화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로빈 윌리엄스를 비롯한 배우들의 재치 있는 연기가 어우러져 몰입도를 높였다.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지금, 잭 블랙이 그 뒤를 이어 무려 22년여 만에 '쥬만지'의 리부트를 위해 전면에 나섰다. 로빈 윌리엄스만큼이나 대중 호감도가 높고 코믹과 진지함의 모드 변환이 자유로운 배우라 '쥬만지' 시리즈의 주인공으로는 손색이 없다.

◇ '쥬만지2', 잭 블랙 효과 제대로 누릴까

1995년 작 '쥬만지'는 당시 보기 드물게 완성도 높은 CG와 경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또 캐릭터를 절묘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빅히트작 대열에 올랐던 영화다. 보드게임을 즐기던 아이 중 한 명이 갑자기 게임판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그 뒤로부터 26년이 흐르고 나서 또 다른 아이들로 인해 게임이 다시 시작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렸다. 26년간 게임의 세계에 갇혀 살던 로빈 윌리엄스가 돌아와 동료들과 함께 게임을 무사히 끝내고 엉망이 된 현실세계를 되돌리는 과정을 보여줬다. 주사위를 던지고 보드게임 위의 말을 한 칸씩 전진시키면 해당 칸에 주어진 설정이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밀림이 펼쳐지고 각종 맹수가 튀어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집 안에 사자가 튀어나오고 물난리가 나며 원숭이 떼가 도로를 뒤집어놓는 등 황당한 상황이 CG로 재현돼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쥬만지'의 큰 성공 이후 '자투라' 등 아류작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완성도 면에서 '쥬만지'를 넘어서진 못했다. 잭 블랙이 주연을 맡은 '구스범스' 정도가 '쥬만지'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중 만듦새로 칭찬을 받은 작품인데, 마침 잭 블랙이 '쥬만지'의 타이틀을 정식으로 사용하는 후속편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잭 블랙이 주연으로 나선 '쥬만지2'는 비디오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간 아이들의 모험을 다룬다. 우연히 발견한 낡은 비디오 게임 속 아바타가 돼 미션을 수행하게 된 네 아이가 주인공이다. 잭 블랙은 교내 퀸카로 불리는 10대 소녀 역을 맡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것 같아 설명을 덧붙인다. 정확히 말하면 미모의 10대 소녀가 맡은 게임 속 아바타 캐릭터다. 이 소녀가 게임 속으로 들어가 아바타의 몸을 가지게 된다. 소녀의 정신이 깃든 중년의 지도 연구학 교수라는 설정을 한 이 아바타의 모습을 잭 블랙이 연기했다. 프로레슬러 출신의 액션배우 드웨인 존슨이 잭 블랙과 함께 '투 톱'을 이룬다. 공부 잘하는 10대 모범생이 맡은 아바타로 게임 속 설정은 거대한 몸집의 고고학자다. 이중적인 면모가 부각되는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 특히 오랜만에 신명나게 코믹 연기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잭 블랙 덕분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1990년대를 기억하는 세대들에게는 특히나 반가운 일이다. 내년 1월 3일 개봉 예정이다.

◇잭 블랙, 대중 호감도 면에서 톱클래스

잭 블랙은 UCLA 출신(중퇴)의 수재로 현재 할리우드에서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는 배우다. 1992년 영화 '밥 로버츠'의 단역을 맡으며 데뷔했으며 이후로도 '데몰리션맨' '에어본' '워터월드' '더 팬' 등의 작품에서 조연과 단역을 거치며 서서히 활동 폭을 넓혔다. 사실상 1990년대 말까지는 조연보다 단역을 맡은 경우가 더 많았다. 영화에서 잭 블랙의 얼굴이 제대로 보인 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국내 관객에게 잭 블랙이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던 작품을 꼽으라면 2000년에 개봉된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다. 귀네스 팰트로와 함께 주연으로 나서 해학미가 느껴지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워낙 개성 넘치는 마스크의 소유자라 조연과 단역 시절에도 종종 관객에게 임팩트를 주곤 했는데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성공은 잭 블랙이란 배우의 할리우드 내 위치를 주연급으로 격상시키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그 뒤로는 줄곧 승승장구했다. '오렌지 카운티' '엔비' 등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동했고 특히 '스쿨 오브 락'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까지 하며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쿨 오브 락'은 지금까지 잭 블랙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11월 마지막 주 국내 재개봉 일정이 잡혀 팬들을 들뜨게 하기도 했다. '아이스 에이지' '샤크' 등 애니메이션에서 인상적인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했으며 그중에서도 '쿵푸팬더' 시리즈 주인공 캐릭터 포의 목소리로 유명하다. '킹콩' '비카인드 리와인드' '걸리버 여행기' '버니' '구스범스' 등 블록버스터와 저예산 기획을 병행하며 주연배우로 활동했고 제작에 직접 참여하거나 때로는 조연과 단역으로 참여해 해당 작품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다양한 표정을 가졌으며 목소리 톤까지 캐릭터에 어울리게 바꿀 줄 아는, 연기 폭이 넓은 배우다. 그래서 주력인 코믹 외에도 진지한 영화에 출연해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망가질 때는 시원하게 망가지고 무게중심을 잡아줄 때는 묵직한 이미지로 잔상을 남기는데 이 정도로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는 할리우드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대중 호감도 면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폭넓은 연령대의 지지를 받는다는 건 특히나 어려운 일이다. 국내에서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스스럼없이 망가지며 친근감을 자아내 호감도를 높였다.

◇한국인 취항에 딱 맞아떨어지는 배우

잭 블랙의 '무한도전' 출연은 2회에 걸쳐 이어졌는데, 최근 '쥬만지2'의 언론 행사에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스스로 "'무한도전' 멤버들이 보고 싶다.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밝히면서 3차 출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심지어 "요즘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어렵다. 열심히 연습해 다시 한국을 찾아가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을 찾아 신작을 홍보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흔히 할 수 있는 립서비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잭 블랙의 경우는 좀 다르다. 앞서 '무한도전'에 처음 출연할 때도 노개런티로 참여했으며 녹화 당시에도 장난기 넘치는 미션에 적극적으로 응해 기대 이상의 방송 분량을 뽑아냈다. '쿵푸팬더3' 홍보를 위한 국내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장난기 넘치는 표정과 포즈로 한국 팬들과 사진을 찍으며 자신을 보러 온 이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한도전' 팀이 미국으로 날아갔을 때는 아예 잭 블랙이 몰래카메라 설정을 만들어 멤버들을 난감하게 만들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톰 크루즈처럼 국내 레드카펫 행사 시간을 2배 이상 연장하면서 팬들과의 만남에 정성을 다해 박수받은 예도 있지만, 한국 예능프로그램에서 망가지며 친근감을 높인 배우는 잭 블랙이 처음이다. '놀 줄 아는 형'의 이미지를 쌓아놓은 잭 블랙이 304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블록버스터 소동극 '쥬만지'의 리부트 작업에 참여했으니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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