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대구·경북 방문 꺼리는 듯한 인상 줘서야

입력 2017-11-27 00:05:01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포항을 방문해 수험생과 이재민을 위로했다. 포항시민의 환영을 받긴 했지만, 뒷맛이 그리 개운치 않다. 문 대통령은 지진 발생 후 의도적으로 방문을 미루다 9일 만에 '늑장 방문'을 했기 때문이다.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대구경북을 거의 찾지 않다가 지진 탓에 처음 방문했다는 것도 다소 아쉬운 점이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의 '늑장 방문'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포항을 늦게 방문한 것에 대해 정부의 시선이 온전히 이재민'수험생에게 쏠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총리'행안부장관'교육부장관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자신까지 내려가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인 듯하다.

문 대통령의 생각이 얼핏 옳은 것 같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인의 정서에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것은 마음에 거리끼는 것이 있을 때의 행동이다. 격식과 배려를 강조하는 경우에도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기 싫다거나 두려운 생각이 있을 때다. 문 대통령이 지진 발생 2, 3일 후 한달음에 달려와 이재민'수험생을 위로했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제1회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 참석차 대구를 방문하려다 취소했다. 지난달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에서 권영진 시장의 건의를 수락해놓고는 막판에 없던 일로 했다. 바쁜 일정에 어쩔 수 없다지만, 지난달 초 추석 연휴 때 부부동반으로 안동을 깜짝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취임 이후 대구경북을 한 번도 찾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지역은 수시로 찾으면서, 대구는 쏙 빼놓고 있으니 참으로 공교롭다고 할 수 있다.

대구경북이 문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지 않은 지역이라는 이유로 방문을 꺼리거나 저어한다면 아주 잘못된 일이다. 청와대 내에서 대구경북 출신을 싫어하는 분위기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국민통합' '국민화합'을 천명한 정부라면 대구경북을 훨씬 더 자주 찾는 것이 마땅하다. 문 대통령의 마음을 잘 몰라서 하는 비판이길 바라지만, 대구를 한 번도 찾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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