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의 25개 주요 현안들을 갈등과제로 선정해 중재를 통한 해결책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대구경북의 5개 핵심 갈등 현안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해결 의지가 선행돼야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역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진척 없는 통합 대구공항 이전
국방부가 올해 2월 16일 경북 군위군 우보면과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일대 2곳을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할 때만 해도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순조로운 행보를 보였다. 이전후보지 선정 및 주민투표를 통해 연내 최종 이전부지가 결정되고, 내년 초 사업자 선정과 2023년 군공항'민간공항 동시 개항이라는 타임테이블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것.
하지만 조기 대선에 따른 정권교체 이후 사업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국방부가 행정절차 진행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22일 통합 대구공항 이전후보지 결정을 위한 첫 실무위원회 개최 이후 2개월이 지나도록 최종 의결기구인 '대구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아울러 2차 실무위조차 감감무소식이다. 일부에선 연내 이전후보지 및 이전부지 선정이 사실상 물 건너갔고, 이전사업도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전후보지 선정절차 및 기준 등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실무위 협의를 통해 하나로 통일해야만 선정위 테이블에 올려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선정기준이나 절차를 현재 유치경쟁 관계에 있는 지자체에 던져 실무협상에서 합의해 정하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내달 중순 이전에는 결정권을 가진 선정위를 열어 주요 쟁점사항을 바로 안건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접점 찾지 못하는 대구 취수원 이전
9월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와 관련, "앞으로 좋은 시기를 만들어 대구와 구미 지도자들과 만나 현장에서 대화하며 풀겠다. 직접 나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조속히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국토교통부의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 문제를 두고 "국무조정실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있고, 조정안이 최종 결정되면 부처는 집행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해 취수원 주무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 중재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가 중재 의지만 밝힌 채 실행으로 옮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무총리와 국토부 장관의 중재 발언에도 여전히 유관 부처인 환경부'국토부는 양 지역의 합의가 전제돼야 추진할 수 있다는 미온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국무조정실 차원의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대구 취수원의 낙동강 구미공단 상류 이전에 대한 조속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뒷짐 지고 있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
포항 지진으로 국가와 지방의 지진대응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보강할 '국립 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지만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경상북도는 경북 동해안 일원에 ▷지진정보 분석 ▷지진 조사'방재 연구 ▷인력개발 ▷내진기술 고도화 등을 추진할 지진방재연구원을 설립해 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지난해 9'12 경주 지진으로 지진관련 정보 부족, 지진대응 전문기관 부재에 따른 어려움을 체감하면서 체계적인 지진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책기관 설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가 내년도 본예산에 지진방재연구원 설립 타당성 조사용역을 위한 국비 5억원을 지원해달라고 건의했지만, 100% 삭감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정부는 국립 재난안전연구원 내 지진대책연구실이 있어 지진방재연구원이 생길 경우 업무가 중복된다는 이유로 지진방재연구원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일본은 고베 지진 이후 효고 지진공학연구센터, 도카이대지진 발생 이후 시즈오카현 지진방재센터를 설립했으며, 미국에는 지진발생이 많은 캘리포니아에 지질조사국이 있다.
경북에는 1978년 지진관측 이후 규모 2.0 이상 지진이 464건 발생해 전국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원자력발전소 12기와 문화유산, 한옥이 대거 밀집하고, 지진발생 위험도와 주민 관심이 높은 경북 동해안에 국립 지진방재연구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속도 못 내는 사드 관련 정부 지원사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대다수 성주군민이 국가안보의 대승적 차원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불이익과 갈등의 고통을 인내하고 있지만, 사드 기지가 들어선 성주군 초천면 소성리 마을주민과 원불교 관계자, 시민단체 회원들의 반발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다 대구~성주 경전철 건설 등 사드 배치에 따라 정부에 지원을 건의해 추진하기로 확정했던 사업들도 정권이 바뀌면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해 사드 배치를 감내해온 군민들의 불만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사드 배치 반대 측은 성주군청 앞 주차장과 소성리에서 여전히 사드 철거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해 놓았다. 게다가 사드 부지 공여 승인처분 무효소송도 진행 중이다.
성주군민들의 불만은 기대했던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더 증폭되고 있다.
성주군이 1조3천억원의 22개 사업을 건의했음에도 지금까지 국회 관련 상임위 심사를 통과한 사업은 5건에 116억원이 고작이다.
이재복 성주군 노인회장은 "정부가 사드 보상과 관련한 지원사업에서 제대로 속도를 내지 않을 경우 보수층과 원로들의 반발마저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지 부진한 원전해체연구소 입지 선정
경북도와 경주시가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원전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 입지 선정도 지지부진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원해연 유치 경쟁에 뛰어든 지자체는 경주시와 부산, 울산 등 3곳이다.
경북도는 유치 명분으로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 가운데 절반인 12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또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가 가동 중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중수로와 경수로 등 국내 원전의 모든 형태를 운영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원해연의 적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원전해체연구소를 동남권에 설립해 원전 해체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이후 정부에서는 아직 후속 절차를 전혀 밟지 않고 있다.
정부의 원해연 유치 공모 등 관련 절차 진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경북도는 지역 간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공정한 입지 선정을 위한 분석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며 국가 에너지 주권을 지켜온 만큼 정부가 남아 있는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고려해 원해연을 경북에 설립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정부는 경북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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