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30년 된 포니2 픽업 "영원한 나의 애마"

입력 2017-11-23 00:05:01

'약초갈비' 대표 변장수 씨

변장수 씨가
변장수 씨가 '애마'로 소유하고 있는 1987년식 포니2 픽업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종훈 기자

"제 성이 '변'가라 사람들이 놀린다고 변덕스럽다, 변신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굳이 저를 말한다면 '변치 말자' 정도가 되겠네요."

21일 자신이 운영하는 청송군 청송읍 '약초갈비'에서 만난 변장수(61) 씨는 청송에서 명품 차량(?) 소유자로 유명하다. 그의 가게 앞에는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는 옛날 자동차가 서 있었다.

변 씨는 "제 차는 1987년식 포니2 픽업이고 지금도 쌩쌩하게 제 힘을 발휘한다"며 "안동이나 포항, 영덕, 대구 등지에는 거뜬히 오갈 수 있고 신호대기만 당하면 연예인 차량 본 듯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관심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포니2는 현대자동차의 포니 시리즈 3종 중 하나다. 포니2는 1982~1990년까지 생산됐다. 당시 포니2가 출고될 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현대는 포니2의 판매 가격을 348만5천원으로 책정해 출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출고를 막았다. 이유는 차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결국 현대는 1만4천원 내린 347만1천원에 포니2를 시판했다.

변 씨는 "1987년 당시에는 축협에 근무하며 제과점을 운영했는데 새벽마다 빵을 싣고 갈 차량이 필요해 수소문 끝에 포니2 픽업을 중고로 사게 됐다"며 "전 주인이 차를 사정상 급매하게 돼 운 좋게 좋은 값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 씨의 포니2 픽업 계기판을 보니 40만㎞ 정도 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3년 전에 계기판이 고장 나 전국을 수소문했는데 결국 고치지 못한 채 타고 있다"며 "사람들처럼 이 놈(차)도 젊음을 좋아하는 것 같아 2014년 27살에서 멈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래된 것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을 잘 아는 변 씨는 청송사진동호회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동호회는 경로당을 돌며 '추억 만들기'라는 주제로 무료 사진촬영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호회 회원들은 사진을 찍기에 앞서 노인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까지 돕고 사진 찍는 내내 어른들의 말벗이 돼 준다. 개개인의 장수사진도 인화해 무료로 선물한다. 찍은 단체사진은 대형액자로 만들어 경로당 한편에 든든히 걸어준다.

변 씨는 "지금은 늙으시고 쇠약해지셨지만 모두 인생을 사시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일해주신 분들"이라며 "이 '추억 만들기' 사진봉사를 시작하면서 사진에 찍히신 몇몇 분들은 좋은 곳으로 가셨지만, 그 사진 때문에 남은 분들이 추억을 회상하며 웃음을 짓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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