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한우 먹을까?

입력 2017-11-22 00:05:01

동북아에서 소고기의 원조국은 흔히 한국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소고기는 양고기에 밀려 돼지고기와 같이 값싼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돼지고기인 동파육은 소동파가 서민들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소고기도 같은 부류였다고. 일본에서는 애초 메이지유신 전까지는 소고기를 못 먹게 했으니 역사도 짧다. 와규는 제주 흑소를 개량한 것이라 하고, 쓰키야키라는 일본 대표 음식도 우리나라 소고기 요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고기 중 소고기를 으뜸으로 쳤고 중요한 행사에 사용되었다. 부위도 일본이나 중국보다 월등히 많은 종류로 분류해 왔고, 종류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르다. 그만큼 소고기에 있어서는 주변국보다 훨씬 발달했고 맛도 다른 나라보다 뛰어났건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고기를 한우, 육우, 수입육으로 구분한다. 한우는 종자별로 나누어 한국산 전통 소를 의미하고, 육우는 외국에서 생산되더라도 국내에 들여와 6개월 이상 키우거나 외국 종자를 국내에서 키운 것을 말하며, 수입육은 애초부터 외국에서 키운 것을 수입한 것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육류인 돼지고기는 국내산 돼지고기인 한돈과 수입 돼지고기로만 분류하고 있다. 다른 가축은 그와 같은 분류방법을 쓰지 않는다. 결국 한돈과 한우는 같은 단어만 쓰지 그 내용에서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가축류를 보면 소나 염소 일부는 토종이라는 국산 종자가 남아 있지만, 돼지나 닭 등 다른 가축은 애초에 국산이 거의 멸종된 상태에 가깝다. 국산 종자가 남아 있어도 그나마 상업성을 지닌 것은 소나 염소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전통 국산 종자를 지키려고 동물원이나 일정 지역에 가두어 보전하려 할 것이 아니라 축산농가가 상업적으로 사육할 수 있는 환경에 두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행정'사법당국은 한우를 보존하고 외국 종자와 차별화하려고 원산지 표시를 위반하거나 제대로 하지 않은 소고기 판매업주를 단속하고 있다. 연간 적발 건수가 1천여 건이라니 입이 쩍 벌어질 지경이다. 그 결과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 위반한 업주를 충분히 제재하지 않아 다시 원산지 표시를 어긴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프다.

한우를 계속 키우고 소고기를 앞으로도 먹으려면 먼저 한우농가가 우리나라 국민의 구미에 맞는 소를 생산해야 하지 않을까. 동시에 입맛에 맞는 우리 소고기와 다른 소고기와의 사회 제도적, 구조적 차별화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전통 소를 지키고 한우의 맛도 보전하는 길이 아닐까. 왠지 오늘 저녁은 친지들과 한우 파티나 한번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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