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대학과 교양교육

입력 2017-11-21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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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졸업. 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석사. 독일 칼스루에(Karlsruhe)교육대학교 박사. 연구분야: 교육철학, 다문화교육, 비판적 교육이론
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졸업. 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석사. 독일 칼스루에(Karlsruhe)교육대학교 박사. 연구분야: 교육철학, 다문화교육, 비판적 교육이론

창의력·자기주도 학습 등 어휘 유행

기업체 채용 트렌드 인문학 소양 강조

모든 시민 맞춰야 할 일반교양 교육

대학, 취업 경쟁 학생들에 제공했나

오늘날 불안한 취업시장과 무한경쟁의 현실에서 대학은 청년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청년들은 성취감을 맛보기도 하고 실패에 대한 체념과 자조를 반복하고 무기력감을 학습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은 취업 시장 문턱에 서 있는 청년들이 스펙을 부단히 쌓고 끊임없이 자기 계발하는 주체가 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파편화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을 넘어 '사람됨의 교육'을 깨닫고 실천하는 '교양인'의 양성을 대학의 이념으로 표방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각 대학마다 교양교육원이 설립되어 있고 학부대학에서 다양한 교양과목이 개설되고 있다.

19세기 프로이센 학교 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였고 근대 대학의 초석을 마련한 훔볼트의 교육 이념에 의하면 책걸상의 다리를 고치는 목수도 일반교양 교육을 받아야 한다. 즉 19세기 산업화와 자본주의 사회경제 체제의 변화는 학문의 세분화와 실용적 지식을 요구하였고, 그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신인문주의자들은 기능적 교육을 받기 전에 모든 시민들이 갖추어야 할 일반교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대학의 교양교육은 학생과 교수가 자신이 배우고 가르치는 전공지식의 특수한 분야 속에서 '일반', 보편적인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교양교육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 분야 지식의 사회적 의미와 한계를 질문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인격 형성 그리고 자신이 속한 세상의 변혁과 관련짓는 능력을 배양시킬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학생들은 교양과목을 신청할 때 학점을 쉽게 잘 받는 과목(꿀강)을 찾는 '도구적 이성'을 발휘하기보다 대면하는 복잡한 세계 속에서 나는 학문을 통해 무엇을 알고 싶은지, 어떤 시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분야에 몰두하고 싶은지에 관해 스스로 질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교육을 받는 주체들이 계층, 성, 인종, 국적, 장애 여부 등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조화롭게 발현하고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추구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즉 자유로 나아가게끔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독일 대학도 1999년 유럽 국가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채택한 유럽의 '볼로냐 선언'을 받아들여 학생들이 어떤 강좌를 수강할 것인지 대학생들의 자유에 맡겼던 전통적인 제도를 폐지하였다. 그 결과 미국식 학위 제도와 표준적인 학점제도, 주니어 교수제도(미국식 계약제 임용을 도입한 교수임용제도)를 도입하고 정부 차원에서 우수대학 육성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학문의 실용주의적 추세가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지만, 독일 대학에서 행해지는 모든 교육에는 인문주의 교육 이념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 예로 독일 대학에서 학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려는 평등과 자유의 전통적 교육 이념을 엿볼 수 있다. 실제 독일 대학의 교양 강좌는 다양한 내용(각종 언어, 노인학, 의학, 단과대학들이 공동으로 개설하는 입문 강좌 등)을 제공하는데, 이 수업에 누구나 (대학생뿐만 아니라 강좌 내용에 관심 있는 시민이나 주민, 청소년) 참석할 수 있다. 소위 수강신청이라는 제도가 없으며 교양 수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참여한다. 수강한 내용의 학점을 받으려면 단과대학 행정실에 가서 시험을 신청하고 학기 말에 실시되는 필기시험(Klausur)을 쳐야 한다.

한편 '창의력' '상상력' '자기주도적 학습' 등의 어휘들이 유행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기업의 채용 공고 트렌드를 보면, 교양교육과 인문학이 실용적인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분야로 변질되고 권력과 자본에 쉽게 결부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양교육 배후에 작동하는 권력과 교환적 합리성에 대한 인식 없이 교양교육의 보편적 이념을 옹호하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을 것이다. 아도르노가 말했듯이, '거짓된 삶 속에 올바른 삶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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