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현진건문학상 작품집 출간

입력 2017-11-21 00:05:00

당선작 '철길 위의 소설가'

소설가의 사유체제 관찰

제9회 현진건문학상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현진건문학상 본상을 받은 하창수 작가의 당선작 '철길 위의 소설가'를 비롯해 자선작 '엑스존', 우수상을 받은 심봉순 작가의 당선작 '제천'을 비롯해 자선작 '소매각시' 등을 싣고 있다.

하창수의 '철길 위의 소설가'는 사물이 문장으로 바뀐다는 소문 속의 소설가가 한 여인을 만나면서 자신의 고정관념에 혼란을 느낀다. 기차와 철로에 대한 교묘한 성찰과 몸의 기관이 뒤바뀌는 기이한 에피소드가 서로 뒤섞이면서 이윽고 저 불투명한 인간 존재의 질문에 다다른다.

대구소설가협회 엄창석 회장은 "이번 제9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한 하창수의 '철길 위의 소설가'는 글 쓰는 자의 존재방식에서 한걸음 나아가 소설가의 사유체제를 관찰하고 있다. 자동차, 나무, 집 같은 것을 소설가는 어떻게 표현할까. 사물들은, 혹은 이야기는 작가의 머릿속을 한번 휘젓고 나와 어떤 문장으로 종이 위에 놓일까? 이렇듯 작가가 행하는 생각의 방식을 문제 삼고 있는 소설이 '철길 위의 소설가'이다"고 말한다.

소설가이자 작중 화자인 '그'는 정육면체 나무토막 위에 정육면체 나무토막을 쌓는 짓을 거부한다. 일상적인 논리체제에서 일탈하려는 자이다.

'철길 위의 소설가'에서는 서너 가지의 에피소드를 통해 일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새로운 논리를 주고받는다. 두 가닥 레일이 한 곳으로 모인 소실점(消失點)을 확인하러 가다가 기차에 치여 죽은 아이, 입으로 똥을 싸는 어느 대위의 이야기, "치마는 웃고 바지는 웃겨요"라고 정신과 상담사에게 대답하는 소년의 에피소드에서 작가가 소유한 사유체제의 비밀을 목격할 수 있다.

한편 소년이 소를 잡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심봉순의 '제천'은 강렬한 야생성을 뿜고 있다. 아버지와 계모 사이에서 소를 잡는 일에 내몰린 소년은 커갈수록 점점 '작업'에 빠져들게 되고 마침내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 조우한다. 이 외에 6편의 추천작품들도 함께 싣고 있다. 표성흠의 '굴절', 김태환의 '낙타와 함께 걷다', 양정규의 '클린 하우스', 윤혜령의 '줄을 긋다', 이완우의 '탈', 이충호의 '화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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