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차례 여진 불안감…지진 규모 따른 대피 가상 매뉴얼
"23일 수능시험을 치는데, 다시 지진이 일어날 수 있잖아요?"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 이후 19일까지 56차례 여진이 이어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를 중심으로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진앙 인근 수험생들은 심리적 불안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데다 강진으로 파손된 건물도 많아 공부할 공간마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수험생 이모(18) 양은 "놀란 가슴을 겨우 가라앉히고 공부하고 있는데, '혹시 이러다 수능 당일 다시 큰 지진 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만약 23일 수능시험 도중 지진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교육당국의 지진 대책은 지진 규모에 따라 다르게 운용된다. 진앙과 가까워 강할 경우는 현장의 판단이 최우선이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진앙에서 다소 먼 고사장의 경우 지진을 느끼기 전에 고사본부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할 것이다. 규모가 강할 경우 고사장에서는 비상벨을 울리고 비상 방송을 할 수 있다. 수험생은 감독관의 지시에 따르는 게 좋다. 수험생들이 참고할 만한 시나리오를 미리 구성해봤다. 교육부도 지진 발생 추가 시나리오를 이번 주 안에 발표하기로 했다.
◆규모 5 이상
'수험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킨 뒤 추후 조치는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지진으로 시험이 중단되거나 수험생들이 대피했으면 그에 소요된 시간만큼 시험시간이 연장된다.'
이번 포항 지진이 여기에 해당된다. 고사장 책임자의 판단에 따른다. 수험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킨 뒤 시도별 상황실의 지시에 따른다. 지진 관련 수능 매뉴얼에는 '수험생이 시험장을 뛰쳐나갈 경우 시험 포기로 간주한다'고 돼 있다. 지진 발생 시 감독관의 지시는 '우선 정지'다. 모두가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겨야 한다.
규모 5 정도의 지진이면 모든 동작을 일단 멈추는 게 좋다. 규모 5 이상은 포항 지진에서도 겪은 바 있지만 '뭔가를 잡고 싶다'는 생각부터 든다. 현실적으로는 뛰쳐나가는 게 이상할 만큼 균형을 잡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흔들림이다. 제자리에서 머리를 감싸고 책상 아래로 들어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진 기본 매뉴얼이다.
그런 뒤에는 '천천히 밖으로'다. 일본의 지진 발생 초동 매뉴얼은 '지진이 나면 이동하지 마라. 머리를 보호하고 숙여라. 지진은 1분 이내에 끝난다'라고 돼 있다. 일본은 첫 1분을 이겨내기 위해 수십 년간,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물론 지진이 닥쳐 흔들리기 시작하면 1분도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감독관의 대피 지시가 있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하게'이다. 굳이 속도를 내 뛸 필요는 없다. 가방 안에 든 문제집, 도시락 등을 챙기려 하지 말자. 1분 정도의 강한 지진파가 지나면 약간의 여유가 있다. 여진은 그렇게 빨리 닥치지 않는다.
강도 높은 지진이 닥친다면 수능시험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현재 교육당국의 지진 매뉴얼에는 없지만 재시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매년 1월에 대학입학시험이 있다. 폭설, 지진의 우려가 상존한다. 지난 2011년 폭설로 시험을 못 본 수험생 425명에게 재시험 기회를 준 적이 있다.
◆규모 4 이하
'진동이 경미해 중단 없이 시험을 계속할 수 있는 경우. 다만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거나 건물 상황에 따라 대피가 필요하면 시험을 일시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다.'
15일 포항 지진(규모 5.4) 이후 발생한 여진은 56차례(19일 낮 기준). 지난해 경주 지진(규모 5.8)도 이후 닷새간 여진이 115차례 있었다. 23일 있을 시험에서도 여진이 생길 가능성은 농후하다. 다만 규모의 문제다.
규모 4 이하는 모두 느낄 수 있는 흔들림이지만 매우 강한 것은 아니다. 교육당국도 일시적으로 책상 밑에 대피했다가 시험을 재개할 수 있는 경우로 판단한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답안지 뒤집기'는 필수가 아니다. 생략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정 시간 등 대피한 시간만큼 시험시간도 연장된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이 여진 탓에 불안해 시험에 큰 지장을 받았다고 하소연할 수 있다. 심지어 교육부나 관할 교육청이 시험 준비를 소홀히 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다소 주관적인 느낌이 들어가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어지는 여진은 규모 2 정도다. 규모 1~2의 경우 사람에 따라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 재시험으로 연결될 수준은 아니다. 교육당국도 이런 이유로 다음과 같은 매뉴얼을 마련해뒀다. '심리적 동요로 교실 밖으로 나가려 하는 응시생이 있으면 감독관이 진정시켜 보건실 등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한다.'
다만 이런 매뉴얼이 있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고교 교사는 "매뉴얼상으로는 경미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책상 아래로 대피만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경미한 지진이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없다"며 "만약 겁이 난 학생 한 명이 뛰쳐나가고, 뒤이어 다른 학생들이 고사장을 벗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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