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 반영된 학교 건물…대구 37.1%·경북 24.1%뿐, 2029년 돼야 완료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교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당수 학교가 내진 기준 시행 이전에 지어졌고, 건물 구조도 지진에 취약한 형태가 많기 때문이다.
포항 북구 흥해초등학교. 진앙에서 500여m 떨어진 이 학교 건물에 출입금지선이 둘러쳐졌다. 이곳 건물 3개 동은 1962년(4'5학년), 1984년(1~3학년), 1992년(6학년)에 각각 지어졌다. 이 중 1962년과 1984년에 완공한 2개 동의 피해가 컸다. 외벽 기둥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철근이 노출됐다. 교실 벽과 기둥 곳곳도 갈라졌다. 내진설계 기준은 1988년(6층 이상, 면적 10만㎥ 이상)에 도입됐고, 2005년에 기준이 3층 및 1천㎥ 이상으로 강화됐다.
15일 오후 지진 발생 때 전교생 465명 중 150여 명이 방과 후 수업과 돌봄교실에 참여했다. 이들은 교사 지도에 따라 신속히 대피한 덕분에 인명피해를 면했다. 학부모 김모(37) 씨는 "학교가 정상 운영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걱정"이라며 "여진이 계속돼 당분간 친척 집에 아이를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김영순 교감은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휴업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포항 242개 학교 중 24개교에 대해 20일까지 임시휴업 조치가 내려졌다. 피해가 접수된 학교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정상적 학사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포항지역을 포함해 대구경북 학교는 내진설계 비율이 낮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의 내진설계 대상 학교 건물 수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1천242동이지만, 내진설계가 반영된 곳은 37.1%인 461개 동뿐이다. 경북은 대상 학교 건물 수 2천460동 중 24.1%인 595동만 내진설계가 이뤄져 대구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은 유치원(38.5%)과 초등학교(24.7%), 중학교(22.1%), 고등학교(25.3%) 등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해마다 예산을 들여 내진보강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교육청은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312억원으로 경주와 포항의 학교 건물 34개 동에 내진보강 공사를 했다.
올해도 154개 동을 계획하고 있지만 빨라도 2029년은 되어야 내진보강이 끝난다. 대구교육청은 2018~2020년 16개 동을 보강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700여 개 동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장준호 계명대 건축토목공학부 토목공학전공 교수는 "학교 가운데 'ㄱ' 자나 'T' 자 형태의 건물은 강한 힘을 받으면 기둥과 벽면이 꺾이거나 뒤틀릴 수 있기 때문에 지진에 더 취약하다"며 "현재 정부 계획으로는 17년 후에야 학교 내진보강이 끝나는데 이를 더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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