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용·뮤지컬 문화공연 大흥행
베트남 호찌민이 요즘 대한민국 때문에 신이 났다. 케이팝(K-POP) 무대 앞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다소곳이 박수만 치던 베트남 시민들이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공연 무대 앞에만 서면 몸을 던져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묵향 공연
절제된 감정으로 둘러쳐진 도포자락을 휘감고 돌아나가는 선의 아름다움에 관객들이 넋을 놓았다. 생소한 춤사위가 펼쳐지는 무대에는 현악기 소리와 그 소리 사이를 파고드는 배우들의 움직임만 있을 뿐이었다. 춤사위가 격정적으로 치달아 오를 때쯤 낮게 들려오는 관람객들의 숨소리만이 이 무대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국립무용단이 16일 연기한 '묵향'이 호찌민을 사로잡았다. 우리도 따분하기 쉬운 공연을, 호찌민 시민들은 2천 석을 모두 채우며 열광했다. 케이팝 등 화려한 무대가 아닌 우리 전통공연을 보기 위해 만석을 기록한 것은 호아빈 극장이 생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의 선비문화를 담고 있는 사군자를 표현하기 위해 무대는 '단아함 속에 절제된 움직임'으로 꾸며졌다. 하얀 도포를 입은 선비들이 느릿하게 움직일 때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작은 손짓을 할 때도 관객들은 시선을 떼지 않았다.
대학생인 웬티 트엉(21) 씨는 "무대를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고요함이 물결처럼 가슴을 천천히 치고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한국 사람의 단아함을 엿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무대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무대는 고요와 열정을 넘나들며 각기 다른 색깔을 발현하며 6개의 테마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특히 6장은 사계절 자연의 이치를 표현하기 위해 가야금 고수의 휘모리장단과 바이올린 연주를 절묘하게 섞어 '조화'와 '융합'의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이티 후에(19) 씨는 "예전 TV에서 봤던 한국 춤은 따분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본 무대는 묘하게도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어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를 연출한 김상덕 예술감독은 "우리나라 문화에서 발현된 춤이지만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담았다"며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아름답게 받아들여준 베트남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덩실덩실 몸을 흔들어요"
16일 100년 역사의 호찌민 오페라하우스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만석을 넘어 무대 밖에서까지 관객들이 내지르는 함성의 주인공이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라는 사실을 연출자도 믿기 어렵다고 했다. 배우들도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에 어리둥절해할 정도였다.
뮤지컬 '용의 귀환'은 베트남과 한국의 민속문화를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땅과 자연을 지키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내용은 단순해 보이지만 7장으로 구성된 노래와 춤은 엄청난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베트남과 한국 민속음악이 현대음악으로 분해 새롭게 태어났고 노래는 뮤지컬만을 위해 창작됐다. 양국 간 완벽한 '교감'이 이뤄지면서 관객들의 어깨춤을 이끌었다. 무대 막바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에서 관객들이 허밍으로 호응하더니, 한국 민속음악으로 편곡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는 말춤으로 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꽉 찬 무대에 들어오지 못한 외부 관객들도 환한 미소로 춤에 동참했다.
응웬 반 쭝(28) 씨는 "베트남'한국 음악의 컬래버레이션이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과 춤을 만들어낼 줄 몰랐다"며 "소심한 친구들도 모두 일어나 뛸 정도로 매우 흥겨운 무대였다"고 했다.
앞서 13일 안동시와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이 선보인 '안동의 날' 행사에서도 관람객들이 배우들과 하나가 됐다. 무대 말미 '쾌지나칭칭나네'를 부르며 무대 주변을 돌아다니는 배우들의 뒷허리를 베트남 시민 한 명이 잡자, 너도나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하나 됨에 이미 국적은 의미없는 경계선에 불과했다. 무대 멀리서 구경하는 관객들도 그 모습이 재밌다며 의미도 유래도 모르는 '쾌지나칭칭'을 목청껏 외쳐댔다.
또 12~21일 매일 오후 9시부터 1시간 동안 응우엔후에 거리에서 열리는 K-EDM 페스티벌도 케이팝 전자댄스음악'조명'영상'특수효과 등으로 무장하고 호찌민의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영석 엑스포 추진 단장은 "나서기를 꺼리는 베트남 시민들이 한국 문화를 선보이는 공간에서만큼은 망설임이 없다"면서 "그들이 진정 즐겁게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이번 엑스포의 진정한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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