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지구 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재앙이다. 게다가 예측마저 불가능해서 더 무섭다. 지진 크기를 나타내는 용어로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 scale)가 있다. 규모는 발생한 지진 에너지 총량을 말하고, 진도는 지진 발생 시 특정 장소에서 측정되는 상대적인 세기를 일컫는다. 규모 1이 높아질 때마다 에너지는 32배 늘어난다. 규모 5와 규모 7의 에너지 크기 차이는 1천 배가량 된다.
규모 10을 넘는 지진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영화 '2012'에서는 규모 10.9의 지진이 미국 서부를 덮치는 상황을 실감 나게 묘사한다. LA의 땅이 쩍쩍 갈라지다가 나중에는 통째로 가라앉는다. 영화 '샌 안드레아스'에서는 규모 9.0의 지진이 캘리포니아를 강타하는데, 초반에 후버댐이 붕괴되는 장면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후버댐을 붕괴시킨 지진 규모는 7.1에 불과했다.
관측 사상 최강의 지진은 칠레 발디비아 대지진(1960년 5월 22일)이었다. 규모 9.5인 당시 지진으로 칠레에서 909명이 숨졌고 25m 쓰나미가 발생했다. 지진 위력에 비해 희생자가 적었던 것은 진앙 부근에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칠레 지진이 일으킨 쓰나미는 하루 지나 일본에 닥쳐 142명의 인명 피해를 낼 정도로 막강했다.
칠레 국민들은 지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칠레에서는 2010년 2월 27일에도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해 700여 명이 숨졌다. 대통령 취임식 도중에도 규모 6.9의 여진이 발생해 사람들은 사색이 됐다. 당시 칠레에서는 피녜라가 대통령이 된 것에 신이 노해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흉문마저 퍼지기도 했다.
자연재해의 원인을 정치 지도자에게 돌리는 것은 절대왕조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시절이 하수상하면 민초들 사이에서는 말도 안 되는 괴담이 퍼질 수도 있지만 지도층 인사가 여기에 가세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난 17일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이번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앞선 16일에는 한 개신교 목사가 "종교계에 과세한다고 하니까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고 했다.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발언들이고 이만한 견강부회도 없다. 지진 피해 복구에 일손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포항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서야 쓰겠는가. 어떨 때에는 사람의 입이 더 무섭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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