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콘서트가 개최되는 도시 한 곳을 단기간 방문해서 도심 지역을 집중 탐구하는 자유여행을 가끔 시도하고 있다. 패키지여행과 달리 동행하는 가이드가 없으니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교통이 편리하고 위치가 좋은 숙소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출신 록그룹 롤링 스톤스가 작년 3월 쿠바에서 펼친 무료 콘서트에 60만 인파가 몰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반세기 넘게 활동 중인 롤링 스톤스 멤버들의 평균연령이 칠순 이상의 고령이니 언제까지 공연을 펼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일본과 중국에서 공연이 열렸지만 내한 공연이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 지난 5월 롤링 스톤스의 2017 유럽 투어 '노 필터'(No Filter) 일정이 발표됐다. 추석 황금연휴와 일정이 겹치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을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인어공주는 내가 코펜하겐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최근 짐 정리를 하다가 신진출판사에서 1971년에 발간한 안데르센 동화전집을 찾아냈다. 책에 실린 김광배 화백의 멋진 인어공주 그림을 다시 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계산성당 옆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다녔고 아버지는 관공서로 쓰였던 미나카이 건물에서 열심히 일하던 시기였다. 코펜하겐의 항구 앞 바위 위에 세워진 인어공주 동상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공연이 펼쳐진 '텔리아 파르켄'은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폴 매카트니,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등 세계적인 뮤지션의 콘서트가 열린 곳이다. 축구경기장으로 지어졌지만 공연장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2009년에 개폐식 지붕이 추가로 설치됐다. 지붕이 닫힌 상태에서 공연이 펼쳐지니 음악에 몰입이 잘 됐고 날씨에 신경을 안 써도 돼서 좋았다. 칼스버그 맥주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공연을 관람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보컬을 맡고 있는 믹 재거는 이번이 롤링 스톤스의 25회째 덴마크 공연이라고 말했다. 그가 힘차게 뛰어다니며 '스타트 미 업'(Start Me Up)을 부르는 장면은 오래전 TV에서 봤던 젊은 시절의 모습 그대로였다. 기타리스트인 로니 우드는 올해 건강검진에서 폐종양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았다. 공연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놀랍게도 그는 예전 모습 그대로 열정적으로 기타를 연주하면서 뛰어다녔다.
어느 나이 지긋한 남성이 인터넷에 올린 공연 후기가 인상적이었다. 1965년 12세 때 처음으로 롤링 스톤스의 공연장을 방문했고 12회째가 되는 이번 공연은 손자와 함께 관람했다고 자랑스럽게 적었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것은 이런 문화적 자긍심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모리 유리코의 '쓰리데이즈 인 코펜하겐'이 가장 유용한 여행 서적이었다. 한 일간지 기자의 '유모차 밀고 유럽여행'도 출발을 앞두고 참조했다. 코펜하겐은 대구, 후쿠오카처럼 공항이 도심에서 가까워서 좋았다. 택시는 대다수가 왜건형이라 여행 가방 여러 개를 트렁크에 실을 수 있어서 편했다. 복잡한 전철 노선을 몰라도 관광버스로 주요 관광지에 갈 수 있었다. 백화점 근처에 영어 원서가 잘 갖춰진 서점과 중고 음반 매장이 있어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코펜하겐에서 완공이 임박한 열병합 발전소에는 건물 지붕을 경사지게 만들어 스키 슬로프가 함께 들어선다. 도심에 놀이공원이 설치된 곳은 있지만 발전소 건물에 스키장이 건설되는 것은 덴마크가 최초일 것 같다. 2006년 일본에서 발간된 '도심회귀의 경제학'이 관련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젊은 날의 우상을 찾아 떠난 여행 경험을 모아서 '도심회귀의 여행학'이란 책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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