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집 '꽃댕강나무'
이구락 지음/ 신상조 해설/ 문학세계사 펴냄
이구락 시인의 시는 순화시키는 힘이 있다. 시인은 현실에서 만나는 풍경을 담담한 언어로 써 내려가는데, 오직 풍경 전달자의 모습으로 써내려간다. 그의 표현대로, 누가 불러주기라도 하듯, 풍경이 그에게로 왔고, 그는 그 풍경을 받아 적는다. 시인이 자신에게 온 풍경을 받아 적는 동안 하나의 길이 생긴다. 그 길은 그의 내면으로 이어진다. 객관적인 묘사만으로도 이구락 시인의 시는 새로운 공간과 심상을 구축해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낡았던 공간이 새로워지고, 살아난다. 그의 내면은 마치 낮은 곳을 향해 걷는 구도자처럼 겸허하다.
이구락 시인은 시집 '꽃댕강나무'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근원을 탐색한다. 또한 바람직한 어떤 것, 관조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심연에 도달하는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 볼 수 있게 만든다.
그의 첫 번째 시집 '서쪽 마을의 불빛'(1986), 자연과 소통함으로써 삶을 정화하고 자기화하려는 '그 해 가을'(2002)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그의 시는 삶을 반영하는 거울로서의 자연에서 깨달음으로 얻으려 노력한다. 대신 현실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소통함으로써 현실의 삶을 정화하려한다.
'시'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그의 생각을 잠시 엿본다. "한밤중에 깨어 앉아 책을 읽으면/ 글자 사이에서 물소리 들린다/ 호수에서 듣던 바로 그 물소리다/ 이런 날 밤 시를 쓰면/ 물소리가 행간에 차올라/ 시는 한 줄도 써지지 않고/ 시마(詩魔)에 씌어 잠들지도 못한다." 136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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