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진에 위험천만한 부실 구조 드러난 다세대 생활주택

입력 2017-11-17 00:05:05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도시형 생활주택'의 안전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 지진으로 일부 필로티 구조로 된 다세대 생활주택의 기둥이 주저앉는 등 건물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비해 진앙 깊이가 얕아 피해가 다소 컸다고는 하나 5.4 규모의 지진에 핵심 구조물인 기둥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면 내진 설계는 고사하고 부실시공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무엇보다 4, 5층 높이의 다세대 생활주택의 88.4%가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1만3천933단지)의 열 곳 중 아홉 곳이 지진에 약한 필로티 구조였다. 1층에 내력벽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떠받치고 트인 공간을 주차창으로 쓰는 구조다. 건축비가 저렴해 다세대 생활주택에 특히 많이 적용한다.

그동안 필로티 구조 건물의 경우 지진으로 인한 붕괴 위험이 일반 주택보다 훨씬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지진으로 모든 도시형 생활주택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다세대 주택의 기둥이 뼈대를 앙상하게 드러내는 등 큰 손상을 입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부실시공 여부 등 원인을 세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의 30%(4천205단지)가량이 화재에 취약한 외벽 마감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대구도 도시형 생활주택 수가 매우 많은 편이다. 광역시'도 가운데 필로티 구조로 지은 도시형 생활주택 비율을 보면 부산이 96.6%로 가장 높고, 대구가 95.1%로 그다음이다. 극심한 전세난과 1, 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2009년 처음 도입된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도시지역에서만 지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정부는 당장 도시형 생활주택을 전수조사해 정확히 실태를 파악하고 안전 진단과 보강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닥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나는 불상사가 없도록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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