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건물·낡은 주택 주민들 "안전 조치 알려주는 곳 없어"

입력 2017-11-17 00:05:05

철근 없이 벽돌 쌓은 담벼락, 외벽 없는 기둥 충격에 취약, 내진설계도 완전하지 않아

포항 지진 이후 외벽이 없는 기둥 건물과 낡은 주택 등 취약 건축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구조적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한 데다 오래돼 낡은 탓에 부서지고 금이 가는 등 지진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16일 오전 11시쯤 포항 북구 장성동 한 4층 원룸 건물. 1층이 외벽 없이 기둥으로 된 '필로티' 구조였다. 전날 지진 탓에 7개 기둥 가운데 3개가 철근이 드러날 만큼 심하게 손상됐고, 건물 전체가 기울어 있었다.

주민들은 간단한 옷가지만 챙긴 채 탈출한 상태였다. 바로 맞은편 원룸 건물에서 생활하는 20대 여성들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이들은 불안한 마음에 어제저녁 일터인 인근 어린이집에서 잠을 잤다.

이모(25) 씨는 "근무하는 어린이집이 오늘부터 휴원해 짐을 챙겨 다른 집으로 옮기려고 한다"며 "기둥이 허물어진 옆집을 보니 불안해서 이사할 집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40여m 떨어진 원룸 건물 주인인 서영옥(60) 씨도 애를 태웠다. 필로티 구조의 1층 11개 기둥 중 2개 기둥에 굵은 금이 갔다. 심한 부분은 시멘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 배관이 드러나고, 주차장 바닥에도 새끼손가락 굵기의 금이 약 5m 길이로 발생했다. 서 씨는 "입주민의 차들을 인근 도로로 옮기게 하고 동주민센터에 건물 손상을 신고했다"며 "여진으로 피해가 더 심해지기 전에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북구 흥해읍 중성리의 한동로 바로 옆 주택은 벽이 인도로 넘어져 있었다. 붉은 벽돌의 1층 단독주택으로 대문과 이어진 1.5m 높이 담벼락 3m가량이 그대로 넘어진 것이다. 옆집의 벽돌담 일부도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필로티 구조 건물과 노후주택, 담벼락 등이 지진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장준호 계명대 건축토목공학부 토목공학전공 교수는 "외벽이 없으면 기둥에 받는 '전단력'(물체 안에서 양쪽 역방향으로 어긋나도록 작용하는 힘)이 커진다"며 "특히 지진처럼 큰 힘이 한번에 몰리는 상황에선 설계에서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게 돼 순간적으로 구조물이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철근 없이 벽돌만으로 쌓은 담벼락과 오래된 주택 벽도 외부 충격을 견디는 힘이 약하다"며 "내진설계를 해도 피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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