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그날이 올 수 있다면/아련히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가서/지금의 내 심정을 전해 보련만/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 정두수의 노랫말에 전오승이 곡을 붙인 가요 '과거는 흘러갔다'의 첫 대목이다. 50년 전 세상에 나온, 흘러간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팬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정작 노래의 주인공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과거는 흘러갔다'는 대구 출신 가수 여운이 1968년에 발표한 노래다. 작사가 정두수의 회고 글에 따르면 여운은 대륜고 재학시절 야구와 수영, 테니스 등에서 촉망받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가수였다. 졸업과 함께 서울로 간 그는 1967년 '황혼이 져도'로 데뷔해 '삼일로' '방랑삼천리' 등을 불렀다. 데뷔 이듬해 '과거는 흘러갔다'가 크게 히트하면서 대표곡이 된 것이다.
지금 들어봐도 스무 살 약관의 청년이 이 같은 짙은 회한의 노래를 불렀다니 좀체 믿기지 않는다. 학교 동기생들의 인터넷 댓글을 보면 그도 올해로 희수(稀壽)다. 이따금 TV에 비친 그의 모습은 놀랍도록 정정하다. 1987년 그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의 유튜브 영상과 비교해보는 것도 큰 재미다.
최근 '다스는 누구꺼야'라는 해시태그가 온라인에서 큰 이슈가 됐다. 여기에다 그저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발언이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사흘 일정의 바레인 방문에 앞서 자신을 향해 그물을 좁혀오는 검찰 수사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을 놓고 "감정풀이" "정치보복"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맹비난했다.
이날 공항 회견에서 그는 재임 시절 국정원 등 불법적인 댓글 활동 관련 의혹을 부인하면서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론을 들먹였다. '준비된 경제 대통령'을 강조한 2007년 대선 구호와도 빼닮았다. 그러자 전직 대통령의 옹색한 변명이라는 비판이 드세다. 이상한 논리로 본질을 덮으려 한다는 것이다. 여당 추미애 대표는 "구차하다"며 타박하듯 했다.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이 잡듯 과거 행적을 털어 정치적 앙갚음을 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재임 때 불법행위나 잘못에 대한 책임을 가리는 일마저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혹이 있다면 떳떳하게 나서서 풀면 된다. 이 전 대통령이 반발할 게 아니라 차라리 '과거는 흘러갔다'를 떠올리며 침묵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연신 마른 입술을 훑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 그저 민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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