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유소 3곳 중 1곳 '셀프 점포'

입력 2017-11-15 00:05:00

치솟는 인건비 부담 못 견뎌, 5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

최근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셀프주유소가 급증하고 있다. 14일 오후 대구 북구 한 셀프주유소에서 한 운전자가 셀프 주유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최근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셀프주유소가 급증하고 있다. 14일 오후 대구 북구 한 셀프주유소에서 한 운전자가 셀프 주유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4일 오후 대구 북구 태전동의 한 셀프 주유소. 검정색 중형 승용차에서 내린 중년 여성이 주유기 작동법을 몰라 한참 애를 먹었다. 이 여성은 다른 운전자로부터 도움을 받고 나서야 겨우 주유를 마쳤다.

잠시 뒤 들어온 승합차는 '셀프 주유소'라는 말에 곧장 차를 돌렸다. 주유소 직원 최모 씨는 "셀프 주유소가 보편화됐다고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여전히 직접 주유하는 걸 어려워하거나 꺼린다"며 "셀프 주유소인데도 기름값이 비싸다고 화를 내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손수 차량에 기름을 넣는 '셀프 주유소'가 급증하고 있다. 대구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17년 10월 현재 대구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 370곳 가운데 셀프 주유소는 118곳이다. 3곳 중 1곳이 셀프 주유소인 셈으로, 2013년 13개(전체 415개)에서 5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 들어서 21곳이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기도 했다.

셀프 주유소 급증의 배경은 인건비 부담이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 7월 셀프 주유소로 전환했다"며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셀프 주유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유소를 선호하는 것도 셀프 주유소가 인기를 얻는 이유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서구의 한 셀프 주유소와 바로 옆 일반 주유소의 ℓ당 휘발유 가격은 1천463원으로 같았다. 동구의 한 셀프 주유소는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445원으로 인근 일반 주유소 1천429원보다 오히려 비쌌다. 시민 김모(58'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요즘에는 일반 주유소나 셀프 주유소나 기름값이 똑같다. 추운 날씨에 직접 주유하기 싫어 일반 주유소를 찾아다니는데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셀프 주유소로 전환한 업주들 역시 수익이 개선되지 않아 답답한 입장이다. 일반 주유소보다 고객이 훨씬 더 많지도 않은데다 관리직원 한 명은 상시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벅차다고 하소연한다. 한상배 대구주유소협회 감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우후죽순처럼 셀프 주유소가 들어섰지만 수익에 큰 변화가 없는 업체들이 많다"며 "셀프 주유소와 일반 주유소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전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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