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히말라야시더

입력 2017-11-15 00:05:00

요즈음 TV를 보니 우리 국화인 무궁화를 유럽에서 가로수로 쓰는 일이 늘어난다고 한다. 스페인, 프랑스는 정원수로도 쓰고, 가로수로도 쓰는 모양이다.

로마는 우리나라 품종과는 약간 다르지만, 소나무가 가로수인데 모양이 예쁜 것을 보면 감동한다. 어떤 책에 중국 대련에는 은행나무가 가로수여서 가을이 예쁘다고 적혀 있어 '나도 한 번 가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담양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가로수로 특화하여 도시를 홍보하고 있고, 진해나 경주는 벚꽃을 가로수로 두고 도시를 홍보해 시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도시 대부분이 특색을 알리려고 가로수를 이용하는 것 같다. 대구에 와 본 외부 사람들로부터 동대구로에 있는 히말라야시더 길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을 수시로 듣는다. 이국적이기도 하고, 나무의 품새가 우아해 인상에 남는 모양이다.

히말라야시더는 히말라야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주로 자라는 소나무과의 나무이고, 구과가 아름답지만 아마 뿌리가 비교적 약해서 바람이나 비가 많이 오면 넘어지기 쉽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형에서는 천안 북쪽은 자라기 어려운 나무로, 동대구로의 히말라야시더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심었다고 하니 이미 50년 이상 자란 나무다.

우리나라 어디에도 히말라야시더를 가로수로 하는 곳은 없는데 대구에는 나무 수가 많다. 특히 가을 무렵 대구의 히말라야시더는 나무 아래의 꽃무릇과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겨울이 되면 낙엽이 지지 않고 잎이 많기에 눈이 오면 운치가 더 있다. 바람 부는 날도 히말라야시더 옆을 지나가면 북쪽지방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지난해 대구의 모 방송국에서 성탄절 무렵 히말라야시더에 크리스마스 조명을 걸어두었더니 너무 멋있었다고들 한다. 겨울에 외투를 입고 연인과 손잡고 크리스마스를 감상하는 모습이나, 늙은 부부가 옛이야기를 하며 거니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대구시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연말에 조금만 더 크게 히말라야시더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등을 한다면 상당히 넓은 공간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해가 가는 세모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달린 히말라야시더가 우거진 동대구로를 몇㎞만 걸어본다면, 그리고 주변에 조그만 포장마차라도 있다면, 시민들도 한 해를 돌아보며 운치를 즐길 수도 있고, 이 풍경을 느끼려고 외지 사람들도 대구에 놀러 오지 않을까.

한반도 남쪽인 대구 주변에는 겨울 축제도 없는데 시끌벅적하지 않으면서 소담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되지는 않을까.

노소를 막론하고 각자 한 번씩 그 길을 걸으며 한 번쯤은 추억을 만드는 그러한 길을 가지고 싶다. 그러면 내 마음도 따뜻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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