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이용학 일신전기 사장

입력 2017-11-13 00:05:06

"배전반 업계에 특허받은 신기술 공유, 대구시 표준기술 활용에 힘 기울여야"

대구를 대표하는 배전반 전문기업인 ㈜일신전기 이용학(64'사진) 사장은 업계에서 별종으로 통한다. 지난 10여 년간 사비 10억여원을 투자해 폐쇄형 배전반의 열 정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자연대류형 배전반 특허기술을 확보하고도 사유화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 지난해 3월 대한민국 표준기술로 선정됐다.

배전반은 전체 전기설비 화재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화재에 취약한 시설이다. 대부분의 화재는 배전반의 과부하로 인한 열이나 절연 파괴로 단락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팬(Fan), 냉각수, 에어컨 등을 이용해 공기를 강제 순환시키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2009년 특허를 획득한 자연대류형 기술은 배전반 하부의 흡입구로 유입된 공기가 상승기류를 통해 상부 배출구로 빠져나가면서 열을 외부로 자연스럽게 배출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내부 열 10℃ 이상 하락, 제작 원가 12% 절감, 이산화탄소 배출 12% 감축, 변압기 이용률 12% 증가 등 여러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 기술로 국내 각종 녹색기술 인증을 휩쓸었다. 2015년에는 규모 1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독자적인 내진 기술까지 개발했다. 이 사장은 "이렇게 좋은 기술을 혼자만 사용하다가 내가 업을 접으면 사장되지 않겠느냐. 이 기술을 배전반 업계 전체와 공유하기 위해 특허권을 포기하고 기술표준에 등록시킨 것이다"고 했다.

국내 배전반 시장 규모는 4조3천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자연대류형 배전반이 국가 표준기술이 되면서 다른 지역의 일부 업체들은 자연대류형 배전반을 만들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녹색 건축물 조성 지원 조례'를 제정해 고효율인 자연대류형 배전반을 설치할 경우 지원까지 한다.

이 사장은 대구시의 발 빠른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타 도시보다 먼저 자연대류형 배전반 생산체제로 전환해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얘기다. 특히 대구에서 개발된 표준기술을 활용해 녹색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사장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기존 배전반 업계의 기득권과 특정 제품이라는 선입견에 가려 업계와 사용자들이 꺼린다. 자칫 타 시도가 먼저 기술을 선점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또 "대구시가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신기술 보급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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