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상 168cm , 월드시리즈 우승 이끌어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휘저었던 앨런 아이버슨이 남긴 말이다. NBA에선 작은 키(183㎝)였지만 뛰어난 기량과 투지로 맹활약했다. 그런 그를 팬들은 해답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디 앤서(The Answer)'라 불렀다.
농구만큼은 아니지만 프로야구에서도 키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투수들은 키가 190㎝를 넘는 경우가 흔하다. 이름난 야수들 상당수도 180㎝ 초반에서 190㎝ 중반에 이르는 키를 자랑한다. 이처럼 거구들이 즐비한 무대에서 '작은 거인' 호세 알투베(27·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활약은 더욱 인상적이다.
10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루이빌 실버슬러거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 상은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LA 에인절스의 스타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은 올 시즌 손가락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하는 바람에 6년 연속 수상 기록이 좌절됐다. 하지만 휴스턴의 2루수 알투베는 꾸준한 활약으로 4년 연속 실버슬러거상을 받았다.
알투베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인정받았다. 9일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MLB 네트워크'에 발표한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수상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알투베가 받은 상은 '올해의 선수', '아메리칸리그 뛰어난 선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최근 발표된 한국인 성인 남성의 평균 키 174.9cm. 알투베는 그보다도 훨씬 작다. 프로필상 약 168㎝인데 실제는 더 작아 보인다. 이 때문에 15살 때 고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2006년 휴스턴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운동선수치곤 작아도 너무 작은 키가 문제였다. 하지만 이듬해 재도전,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솜씨를 인정받아 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포기를 모르는 작은 고추는 독하고 매웠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한 알투베는 2012년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날카로운 타격 실력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늘었다. 아메리칸리그 최다 안타, 타격왕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4홈런을 날릴 정도로 힘도 키웠다.
올해로 알투베가 어려움 끝에 휴스턴 유니폼을 입은 지 12년이 지났다. 알투베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46, 24홈런, 81타점, 32도루. 4년 연속 200안타도 돌파했다. 그리고 휴스턴은 알투베의 맹활약을 앞세워 창단 이후 처음으로 55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알투베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7개를 터뜨리며 휴스턴 공격의 선봉에 섰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휴스턴으로부터 외면받았던 베네수엘라의 꼬마가 휴스턴을 살렸다. 알투베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작은 선수지만 실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카를로스 코레아, 알렉스 브레그먼, 조지 스프링어 등 젊고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을 이끌며 리더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 알투베의 나이는 아직 서른을 채 넘지 않았다. 그는 보여준 것보다 보여 줄게 더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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