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원자력본부 자재팀 허준 주임
"빵 하면 따뜻하고 달콤했던 어릴 적 추억의 향기가 생각나요. 그 향기를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더욱 따뜻해지고 달콤해지는 기분입니다."
한울원자력본부 자재팀의 허준(36) 주임. 그의 별명은 '울진 제빵왕'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거나 가장 아름다운 디저트를 만들어서 생긴 별명은 아니다. 대신 아무리 줄을 서도 사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가 만든 빵은 모두 지역 아이들의 맛있는 간식이나 어려운 이웃들의 배부른 한 끼 식사가 된다. 그래서 허 씨가 만드는 빵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향긋하다.
"처음에는 그저 빵을 만들고 싶었던 건데 이렇게 좋아해 줄 줄은 몰랐어요. 아무래도 직업을 잘못 선택했나 봐요(웃음)."
허 씨에게 제빵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릴 적 이모부가 운영하던 빵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그가 졸업 후 곧바로 제빵업체에 취직한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24살 때 경기도 부천 대형마트의 제빵사로 일하게 된 그는 1년 후 서울 유명 호텔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 시절엔 영원히 밀가루를 만지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드는 데 인생을 쏟아부을 것이라 다짐했다.
27살 무렵 어머니의 뜻에 따라 한울원전 별정직에 지원했다. 하나뿐인 아들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부모님의 소원이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권유였어요. 이후 결혼도 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어느덧 이렇게 정착해 버렸네요."
아내를 만나고 셋이나 되는 아이를 낳고 나니 빵은 더욱 멀어졌다. 그럼에도 허 씨는 빵이 주는 따뜻함과 향기를 항상 잊지 못했다. 어쩌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빵을 잊고 고향에 정착하리라 결심했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빵은 허 씨의 주위에 끊임없이 등장했다.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갔을 때 정말 놀랐어요. 아무것도 몰랐는데 장인어른이 40년 넘게 빵을 만들어온 분이시더라고요. 처음 다시 빵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는 무척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가장 든든한 스승님이세요."
2년 전부터 허 씨는 울진종합복지관의 방과 후 실습실을 빌려 빵을 만들어오고 있다. 시설대여비와 자재비 등 모두 누구의 도움 없이 자비를 털어 마련했다. 허 씨는 이렇게 만든 빵을 지역아동센터 등 이웃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빵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이었지만 자신이 만든 빵을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먹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허 씨의 빵을 받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특별한 덤이기도 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데 주위 사람들까지 좋아해 주니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일이죠. 빵에 담긴 제 추억과 즐거움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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