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최순실이 아니었다. 사드 배치 결정과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가에 재앙을 불러온 바보짓이었다. 이런 어리석은 선택은 한국 외교와 안보를 나락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데 기여를 했다.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한 대가치고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사건을 너무 많이 겪었다. 기자가 북한의 핵 위협과 사드의 전략적 가치를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사드가 단숨에 북한 핵 위협을 잠재울 수 있으면 모르지만, 엄청난 분란만 일으켜 놓고는 제값을 하지 못할 것 같아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한국이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외줄 타기 외교를 해야 하는 것도, 미국과 중국에 굽실대고 머리 조아리는 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드 때문일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압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견딜 수 없는 수준이었는지 자세한 내막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항간에는 박 전 대통령이 모종의 이유로 '심경 변화'를 일으켜 갑자기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해야 마땅하지만, 요즘 워낙 턱도 아닌 일을 많이 봐서 그런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의 태도 및 보복 정도를 고려하지 않았거나 예상조차 못 했다면 뻘짓이라도 이런 뻘짓은 다시 없을 것이다.
이제는 사드를 미국에 도로 가져가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만시지탄' (晩時之歎)이다. 언제까지 박 전 대통령 탓, 전 정부 탓만 하고 있어야 할까. 더 황당한 것은 문재인 정부마저 사드 문제를 떳떳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에 굽실대고, 저자세로 일관한다. 박근혜 정부를 부정하고 촛불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정부가 맞기나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통령선거 때 그렇게 주장하던 우리나라의 자주성과 긍지는 어디에 내버렸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사드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운운하며 배치 반대 인상을 주더니만, 지난 6월 방미 때 상'하원 지도부를 만나 "사드 배치 번복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용 발언과 국외용 발언이 완전히 달랐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 줄곧 저자세를 취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구걸 외교'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달 말 정부가 중국과 사드 갈등 봉합 내용을 담은 이른바 '3NO' 협의문은 굴종 외교의 최고봉이다.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MD 체제에 참여할 의사가 없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할 의사가 없다'고 선언한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명분, 우리는 실리를 얻었다"고 자찬했지만, 어처구니없는 논리다. 추가적인 경제 피해를 막은 것은 위안이 될지 몰라도, 협의문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나 사과문은 넣었어야 했다. 앞으로 중국이 한국의 행보에 폭력적인 경제 보복으로 사사건건 제동을 걸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때마다 이것저것 다 내주고 나면 무엇이 남겠는가. 극우 언론들이 정부 내 진보 세력들이 미국을 싫어해 중국 품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믿더라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자칫, 박 전 대통령의 결정 못지않은 중대한 실책이 될 가능성마저 있다. 고육지책이라곤 하지만, 국가를 위험 속에 빠트릴 수 있는 선례를 남겨놓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인사가 "진보 정권이 붕괴된다면 외교'안보 문제 때문일 것"이라 했지만, 정부가 미국과 중국을 대하는 자세를 볼 때 위태롭기 짝이 없다. 우왕좌왕, 말 바꾸기, 자신감 부족, 구걸과 굴종… 외교판에서 금기라는 것들이 모두 등장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더 이상의 저자세와 굴종은 상대에게 얕보일 뿐이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한국 주도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당당한 자세로 회담에 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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